쏠림? 파편화?…유통업계는 슬램덩크 열풍을 어떻게 볼까
입력 2023.01.27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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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애니메이션 <더퍼스트 슬램덩크>의 누적 관객수가 160만명을 넘어섰다. 예상치 못한 열풍이다. 200만명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인기에 힘입어 26일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더퍼스트 슬램덩크> 오프라인 굿즈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애니메이션 인기만큼 문전성시였다. 이 행사는 2월초까지 진행되지만 사고 싶은 제품이 매진될까봐 전날부터 노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3040으로 보이는 몇몇은 회사 연차를 내고 왔지만 대기등록도 끝나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원작 만화 <슬램덩크> 주문 수량이 급증했고 농구용품 매출도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야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풀리면 수요가 더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슬램덩크 인기에 유통업계는 3040세대, 특히 콘텐츠 소비와 구매력을 갖춘 3040 남성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얘기는 해왔지만, 이렇게 '신드롬'을 만들 정도의 파급력을 갖고 있는지는 몰랐다는 평가가 다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니커즈 시장도 조던1처럼 레트로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어 슬램덩크 개봉이 어느 정도 이슈가 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제2, 제3의 슬램덩크가 뭐가 있을지 찾아봐야 할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0년만에 돌아온 슬램덩크는 경기침체 시그널이 분명한 시점에서 유통업계에 힌트를 준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힌트가 정답으로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이걸 쏠림현상으로 봐야할지, 파편화 현상으로 봐야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3040 남성이 소비자로서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침체 속 소비의 양극화가 극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억'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지속가능 할까. 또 판을 키우기엔 '왜색(倭色)'이 짙어 유통업계가 전면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3040을 넘어 세대 전체로 확대되는 '쏠림' 현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장 슬램덩크를 만화책으로 접한 적이 없는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들은 이 열기가 의아하다고 한다.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가르는,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 트렌드가 된 '파편화' 됐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Z세대는 '과시적 비소비'가 화두라고 한다. 현재 물가 상승으로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며 지갑을 닫는 것이다. 본인의 취향과 선택을 과시할 수단으로 비소비와 무지출을 앞세우자 MZ세대를 묶어서 마케팅에 힘을 쏟으려던 유통업계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다른 사례로 2박3일 오픈런을 보여줬던 위스키 열풍도 예상 못한 지점에서 터졌다. 이렇다보니 유통업계는 과거처럼 큰 틀의 전략을 세우기가 더 어려워졌다. 결국엔 스타트업처럼 수많은 '핀셋 마케팅'을 펼쳐 놓고 그 중에 하나가 걸려 대박이 나길 바라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도 예상 못한 강백호의 활약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