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업 강화 포부 밝혀
농협중앙회 회장 연임 법안 통과에도 역할 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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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활동폭을 넓히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글로벌 도약 등 큰 비전 등을 발표하며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전 성격이 강한지라 실제 농협금융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관치' 논란 속에서도 선임된 터라 정부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준 회장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27일에는 농협금융 10개국 21개 해외 점포장과 신년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이 회장은 일선 현장과 소통에 나섰다. 더불어 농협금융 글로벌 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이 회장이 글로벌 사업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으나, 그를 둘러싼 관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30년 넘게 공직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관료 출신 인사다. 1983년 행정고시 26회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정부 내 경제부서의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기재부 2차관, 미래부 1차관 자리를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경제, 금융 정책에 직접 관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맡은 바 있다. 현 정부와도 연이 깊은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었을때 관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통상 관료 출신이 오는 자리였지만, 전임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내부출신으로 회장 자리에 오르며 이런 관행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정권이 바뀌면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관 출신인 이 회장이 낙점되면서 금융권에선 관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었다.
하지만 이런 논란과 별개로 일각에선 이 회장 선임에는 오히려 농협중앙회에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오히려 이 회장을 낙점하고 금융지주 회장으로 모셨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 선임에 있어서 외풍보다는 오히려 중앙회에서 이 회장을 원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라며 "농협중앙회의 상황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현안 과제는 이 회장이 밝힌 글로벌 전략 강화보다는 오히려 중앙회장 및 조합장 연임과 관련한 법 개정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현재 국회에는 4년 단임으로 돼있는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중이다. 지난해 12월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상임위원회 통과가 되고 있지 못하다. 해당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농협중앙회 전체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이슈에 이 회장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물론 이 회장이 해당 법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당 법안은 모두 호남 계열에 연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이 내놓은 개정안이다. 국회 내 여당과 야당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현 정부와 연이 있는 이 회장의 입김이 국회에 닿을거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다만 농협중앙회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연임 허용 개정안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는만큼, 정부 설득엔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정부안이 나오고 이를 국회와 협의해 실제로 개정이 이뤄지기까진 지난한 과정과 기나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와도 연이 깊은 이 회장이 일정 역할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나, 해당 법안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 입장에선 다각도로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