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66.7% 주총 특별결의 요건 충족해야
"지주사 전환 목표는 궁극적으로 갈등 봉합"
주주간 협의 필수, 금융당국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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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교보생명에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주주간계약에 따라 주요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와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교보생명과 FI들간 협의과정은 생략된 채 지주사 전환 목표가 발표된 상태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궁극적으로 신창재 회장과 FI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중 하나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주주들 사이의 협의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
교보생명은 9일 정기 이사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2005년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시작한 지 18년만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최종 출범이 목표다.
회사는 먼저 인적분할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 지주회사의 신주를 교부한다. 이후 교보생명을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는 것인데, 지주회사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주주들로부터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아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적분할은 주주들의 66.7%의 동의가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34%를 보유한 신창재 회장이지만 나머지 지분의 상당수는 FI가 보유중이다. 이 가운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약 24%를 보유하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포함해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인적분할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다면 지주회사 전환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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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 성공 여부는 역시 주주들의 투자금회수(엑시트) 방안을 회사 측이 어떠한 방식으로 제안할 것인가에 달렸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발표 시점까지는 따로 FI 주주들과 공식적인 협의는 없었다. 9일 열리는 이사회 이후 회사측이 주주들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설립을 통해서 FI 지분을 빼 주는 명확한 그림이 나온다면 반대할 명분은 없다"며 "주요 주주들이 아직까지는 (회사측으로부터)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회사 측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계획과 사업 확장을 위한 M&A 전략 등이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실효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보생명의 표면적인 목표와 달리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FI와 갈등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회장 입장에선 당장의 막대한 자금 지출을 막으면서 지배구조개편을 통한 FI의 엑시트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단 평가도 나오지만 역시 신 회장 측의 제안과 F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한다. 최종 지주회사 인가를 내야하는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발표가 사업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주주들 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것 또한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주주간 갈등이 잘 해결됐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