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사업장 늘고, 중소 시공사 부담도 커져
책임준공 이행시 신탁사 재무부담 급격히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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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계열 신탁회사들이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방 사업장 PF발 위기가 신탁사의 재무 위기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겠단 차원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계열(우리자산신탁·신한자산신탁·하나자산신탁·KB부동산신탁)신탁회사 등은 향후 신규 PF사업장에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일부 지는 사업형태인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이하 책준확약 관리형토지신탁)을 맡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신탁사들은 "공식적인 논의나 합의, 확약은 일절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책준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은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신탁사가 새로운 시공사로 대체해 준공을 확약하는 방식으로 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산해 왔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하는 사업장은 도급순위 하위권의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책준확약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의 시공사의 절반 이상(55.9%)이 도급순위 200위권 밖이었고, 100위권 이내 시공사가 사업을 맡은 경우는 약 16.5%에 불과했다.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이 급격히 늘고, 중소 건설사들의 재무적 부담도 상당히 높아진 시점이다. 중소 건설회사들의 책임준공확약이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탁사들의 위기감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경우 시공사 교체에 따른 추가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상당히 클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공사 교체가 원활히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업이 마무리 되지 못할 경우 신탁사는 손해배상의무를 진다. 원리금에 대한 신용위험 부담이 높아질뿐더러 기존 대출채권을 떠안게 될 경우 직접 PF 사업주체이자 건축주가 되는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전환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최근에는 국내 도급순위 6위 대우건설이 브릿지론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 책임준공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지방 건설사업장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계열 신탁회사들이 향후 책준확약을 포기하면서 재무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며 "독립계 신탁회사들에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PF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책임준공확약 사업 확장에 나서는 신탁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