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어 이사회까지 겨냥…윤곽은 지난해 이미 마련
상법상 책임 물을 수 있지만…개정안에 '명문화' 예정
금융당국 칼끝 더 예리해질 듯…이사회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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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 칼끝이 본격적으로 이사회를 향하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지배구조법 개정 작업으로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권 출범 당시부터 계획된 내용이 수순을 밟는 것에 가깝단 분석이다. 1분기 중 입법예고를 앞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하면 금융사 임원은 물론 사외이사까지 당국의 사정권에 들게 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을 추진하고 연 1회 이상 면담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 이후 "소유 분산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통령 지시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이 우리금융그룹 이사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전후해 계속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 주요 골자는 지난 하반기 이미 마련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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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의 책임 경영 확산을 위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내놓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지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 당국에서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11월 말 경엔 금융회사 CEO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윤곽이 드러났다. 금융위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의결한 직후다.
내부통제 문제에서 이사회 책임까지 묻겠다는 방향도 이미 그때 마련됐다. 현재도 상법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CEO 책임을 이사회에까지 물을 수 있지만, 지배구조법 개정안에선 이를 더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예정이다. 상법 제393조(이사회의 권한) 3항은 "이사는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 업무에 관하여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데 개정안에선 이 '감시 의무'가 내부통제 영역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을 못 박겠다는 얘기다.
TF 소속 한 인사는 "과거 수년간 불거진 금융회사의 중대사고 중에선 이사회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대목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수수료 수익이 높은 고위험 상품의 판매가 갑작스럽게 증가할 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나 사전에 살피지 않은 것이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1분기 중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르면 상반기 중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면 연내 심의를 거쳐 공포할 수 있다. 개정안이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중대 금융사고의 내용과 CEO의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만큼, 이와 연동해 이사회가 경영진을 충실히 감시했는지 책임 구조도 명확해진다.
국내 금융사 이사회에서도 이 같은 기류를 두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금융권 의견을 반영해 중대 금융사고 발생 이후 조치에 따라 책임을 경감·면책해 주는 유인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금융당국의 칼끝을 더 예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장고 끝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지난해 중징계 배경이 된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외에도 내부통제 실패로 볼 수 있는 여러 사안을 주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임 내정자가 과거 금융위원장일 때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원위원회가 협력하며 과점주주 민영화를 추진했는데, 당시에도 공자위 내에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나 지배구조 문제 등이 거론됐다"라며 "민영화 추진 시점부터 우리금융에 개입한 임 내정자가 '정상화'를 내걸고 차기 회장으로 올라서는 흐름이 정부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더 굳어지는 듯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