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간 초거대AI 경쟁이 업황 개선세 앞당길까
펀드매니저간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려…수익률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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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를 두고 기관투자자간 매매공방이 치열하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고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반도체 혹한기가 더 길어질 것이란 예상에 매도세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주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삼성전자가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가를 승부처라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1월 삼성전자 주식 거래대금은 18조4816억원으로 전월 대비 33% 증가했다. 2월 주식 거래대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월(1일~16일) 거래대금은 10조5295억원으로 전월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한편, 업황 회복이 아직 멀었다고 보는 기관투자자는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종 주가 상승세 배경으로는 챗GPT가 꼽힌다. 챗GPT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도 수혜를 입을 거란 기대감이 마련되고 있다. 가속기에 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업체 엔비디아 주가는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40%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올해 들어 하락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 주가에도 기대감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추론을 담당하는 AI 반도체 개발에서 고성능 메모리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데이터를 생성·저장·처리하기 위해서 고용량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한데, 전세계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만드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이다.
시황을 많이 타는 메모리 반도체 업종 특성상 업황 개선 예상이 빨라질수록 주가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 기업(IDC)을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며 슈퍼싸이클로 이어졌던 것처럼 글로벌 빅테크 간 초거대 AI 경쟁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다음 호황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 상황에서 챗GPT 인기가 빠르게 식는다면,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계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에선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적자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에 최악의 실적이 반영된 만큼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고 하지만 글로벌 테크업계의 시장 전망이 점점 나빠지면서 업황 회복 시점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에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들 사이에선 주가 상승에 베팅할지 하락에 베팅할지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들어 삼성전자를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매수세와 매도세 규모가 비슷한 양상으로 나오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운용역들의 수익률을 가를 승부처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증시에서 운용역들간 최대 승부처는 삼성전자다. 기관들이 대규모로 사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팔고 있다. 주가가 바닥이라는 컨센서스는 있지만 과연 주가 상승곡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 향후 수익률를 가를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