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체제 개편 TF 가동
미국은 과점체제 더 공고해지고
영국, 챌린저 은행도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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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강도높은 개선을 예고하며 은행의 '과점 체제'를 문제삼고 있다. 은행산업도 경쟁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라이선스 부여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지만, 막상 금융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선 오히려 과점체제가 유지되며 대형은행 중심으로 공고해지고 있는 추세다. 산업 변화가 대형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15일 열린 민생경제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5대 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할 것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지시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 등을 꾸릴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인가 방식을 기능별로 쪼개는 '스몰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오는 23일부터는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TF)도 가동된다. 과점체제뿐 아니라 성과금 등 보수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해당 TF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제로 금융위, 금감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 및 운영된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의 과거 사례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을 살펴보면 국내의 이런 움직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 은행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들의 파산과 금융규제 강화로 은행업 신규 시장 진입 건수가 크게 감소했다.
미국 전체 은행에서 4대 은행 대형 상업은행(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40%에서 2019년 60%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건전성에 대한 강화 및 디지털 가속화는 미국 대형은행의 과점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영국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새로운 은행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바꿨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이러한 영국식 '첼린저은행'(소규모 특화은행) 모델이 하나의 롤모델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변화로 인해 2018년 94%에 이르던 기존은행의 개인 계좌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1년 88%로 감소하였고,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디지털 뱅크 점유율은 1%에서 8%로 성장했다.
계좌수로만 보면 은행업에 신규진출한 곳의 성장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디지털뱅크 등 새로운 신규 진입자의 예치금은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다. 여기에다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플레이어 중에서 수익이 나는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보다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려고 했던 영국조차 아직까지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진 금융시장에서조차 새로운 플레이어들 진입으로 기존 은행들의 과점체제가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라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은행의 초대형화가 큰 흐름으로도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