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적·재무적으로 등급하향 압박 커져
투자 규모 줄이고 비핵심 자산도 매각 추진
구조조정 이슈로 사내 분위기도 흉흉
SM 인수 두고 "M&A 할 여유도 명분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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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하이브는 이수만 창업자의 지분을 인수하며 SM의 최대주주가 됐다. SM경영진은 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을 공시하며 하이브의 인수 시도에 대응하고 있다. 이 분쟁에는 당사자들인 하이브, 카카오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네이버, 넷마블, 두나무, 컴투스 등도 연결 돼 있다.
콘텐츠 강자로 일컬어지는 CJ ENM은 빠져 있다. 공식적으로 SM 관련 CJ가 언급된 건 작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SM엔터 인수 보도에 대해 "당사는 음악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및 사업 시너지 등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습니다"라는 미확정 공시를 냈고 이는 2021년 10월부터 다섯 차례 조회공시요구에서 답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총 여섯번이나 시장에서 CJ가 SM을 인수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모두 "확정된 게 없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만큼 그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고 CJ가 SM에 관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이재현 회장의 장녀이자 CJ ENM에서 브랜드전략을 맡고 있는 이경후 경영리더가 이수만 창업자를 직접 만나는 등 SM 인수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시장에선 언젠가 CJ ENM이 이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CJ가 카카오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CJ 측은 관련 내용을 공식 부인한 상태했다.(조회공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변수는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CJ ENM의 내부 사정을 아는 이들은 "현재로선 참전할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재무적으로 SM 지분 매입에 나설 여유가 없다. 2022년 12월말 연결기준 잠정치로 CJ ENM의 현금 및 장단기 금융상품은 1조3356억원 정도다. 그런데 순차입금은 2조2746억원이다. 현금 보유량은 전년 대비 1500억원가량 줄었는데 반해 순차입금은 1조5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에 부채비율은 140%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사업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야 하는데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외형은 확대되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TV광고매출의 감소, 제작비 부담 확대 등으로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했던 커머스 사업은 외형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가 지속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영업수익성 저하 추제, 재무부담 확대는 부정적이라며 CJ ENM(AA-/안정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면서 실적 개선 여부는 물론 차입 규모 축소를 포함한 재무부담 경감 수준 등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CJ ENM은 CJ라이브시티 개발 계획을 재점검 하고, 회사가 보유한 넷마블 지분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당 12만원을 넘겨 버린 SM 지분 인수에 나서기엔 여러모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마땅한 명분도 없어 보인다.
'구조조정'으로 사내 분위기도 흉흉하다보니 외부 M&A는커녕 조직을 추스리는 데도 급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 받는 구창근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올 1월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9개였던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업본부를 영화드라마사업, 교양예능사업, 음악콘텐츠사업, 미디어플랫폼사업, 글로벌사업의 5개 핵심사업본부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국장·팀장급들의 보직이 줄고 이 보직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직책이 조정되기도 했다. 사내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히 커진 상태다. 1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M&A는 하면서 국내에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인력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22일 CJ ENM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CJ ENM은 방송광고 시장 정체와 (OTT 서비스인) 티빙 플랫폼의 경쟁력 열위, IP(지식재산)를 보유하지 않고 외부에 판매한 전략적 실책 탓에 지속 가능 성장이 어려워지고 글로벌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 경영,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조직 내 변화는 생존을 위한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CJ에 여유가 있었다면 이수만 창업자의 백기사는 지금의 하이브가 아닌, CJ ENM이 됐을지도 모른다. 다만 전반적인 회사의 슬림화 분위기를 고려해 보면 SM 지분 인수에 뛰어들 여력을 물론 생각도 없어 보인다. 다만 항상 M&A는 오너가(家)의 의지(?)에 따라 상황이 뒤바뀔 수 있으니 열린 결말로 두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