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비전 첫 검증 격…관심 큰 탓에 벌써 잡음
부회장직 신설 등 지배구조 개편…'임시방편' 평도
사외이사 4명도 곧 임기 만료…이사회 구성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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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이사회의 자회사대표이사추천회(자추위)를 앞두고 계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구성에 대한 여러 관측이 오가고 있다. 부회장직 신설 등 지배구조 개편부터 행장을 비롯한 계열 CEO와 사외이사까지 대대적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인선이 임종룡 우리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가 스스로 내건 '정상화' 비전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예정인 만큼 벌써부터 잡음도 나오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3월 초 자추위를 열고 미뤄진 계열 CEO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 내정자는 현재 우리금융 계열 CEO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면담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10명에 달하는 계열 CEO가 이미 임기를 마친 상황에서 대대적 변화가 이뤄질 거란 시각이 많다.
자추위를 앞두고 계열 CEO의 대대적 교체 이상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회장직을 두고 막판까지 임 내정자와 경쟁한 이원덕 행장의 임기가 아직 10개월가량 남아 있다는 점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경쟁 은행지주보다 은행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임 내정자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 안팎에선 이 행장이 유임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았다. 그룹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 당장 이 행장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행장이 임기를 계속하는 게 정부당국 시각과는 동떨어진 결론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부회장직 신설 등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이 행장이 신설 부회장직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으로선 앞으로 임 내정자와 호흡을 맞출 새 행장을 앉히는 동시에 임기 초 이 행장을 중용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단 평이다.
반면 통상 지주 사장직이나 부회장직이 차기 리더 양성을 위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임시방편으로 비칠 거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통 임기를 거듭하며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한 지주회장이 후계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지주 사장직이나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행장이 물러날 경우 차기 행장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군에 일부 계열 CEO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한일은행이냐 상업은행이냐 등 출신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내 한일-상업 간 계파갈등 청산도 임 내정자가 설정한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인선에서 그간 관행과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한데, 어느 쪽이건 잡음이 불가피한 구도인 까닭이다.
CEO 인선에 이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의 행보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상당하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총 7명이다. 이 중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네 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내달 마무리된다. 연임이 불가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자리를 내려놓을 거란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임 내정자가 과거 NH농협금융 회장을 맡았을 때에도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맞이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사회 구성이나 분위기 역시 종전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 칼자루가 금융사 CEO를 넘어 사외이사를 향하고 있어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구성에서까지 임 내정자 색채가 반영될 경우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오히려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발언권이 강해서 지주 회장이 애를 먹는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외부에서 보자면 그게 정상적 지배구조"라며 "임 내정자가 회장직에 오른 데 이어 사외이사 선정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인상을 줄 경우 정부당국이 주장하는 바와도 정면 배치되는 데다, 당국 개입이 거세질수록 실질적인 지배구조는 퇴행한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