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가맹점 체제로 전환 나서지만…'염브랜즈' 간섭 부담
이미 가맹 사업 활발했던 버거킹…국내 성장 여력은 제한
토종 브랜드 맘스터치, 본사 거래로 확장 걸림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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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부터 한국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 햄버거 빅4의 매각 작업이 시작됐는데 해를 넘기도록 괄목할 성과는 없다. 경기 부진 및 외식 수요 감소, 원자재가와 인건비 상승 등 악재로 고전한 것은 비슷했다.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글로벌 본사가 있는지,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확장할 권리가 있느냐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맥도날드 본사는 2000년대 들어 직영 사업을 줄이고, 한 마켓(국가나 큰 지역 단위)의 사업 전체를 현지 지역사업권자(DL)에 맡기는 방식의 확장 전략을 펴왔다. 매년 한 두곳의 마켓의 운영 방식을 바꿔 왔고, 현재는 전세계 마켓 중 60% 이상을 DL이 맡고 있다. 맥도날드는 2016년 한국에서도 이같은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고, 작년부터 다시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맥도날드 본사의 현지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업권 매각 가격'보다는 '누가 브랜드 가치를 해치지 않고 사업을 오래 이끌어줄 것이냐'다. 자연히 사모펀드(PEF)보다는 사업 시너지 효과가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16년엔 매일유업-칼라일이 유력 후보였고, 지금은 동원그룹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본사는 새 사업자에 일정 기간 로열티를 낮춰줄 구상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의 상황도 비슷했다.
맥도날드 본사와 동원그룹은 서로 손을 잡으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동원그룹이 책정한 몸값은 시장 예상치보다 낮아진 최대 2000억원대로 거론되는데, 금액보다는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MFA) 협상을 둔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MFA에는 매장 수와 시설 관리, 각종 수수료, 식자재 납품 조건 등 영업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가 담긴다. 동원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한국맥도날드에 소스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식품·물류 등 기존 사업과 추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거나, MFA 조건 및 잔여 기간에 대한 변수와 이견이 많다면 거래 성사는 불투명해진다. 결과에 따라 다른 원매자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곳은 KFC 매각인데 여기도 글로벌 본사와의 계약 문제가 남아 있다. KG그룹은 지난달 오케스트라PE에 KFC코리아 지분 100%를 600억원대에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1분기 중 거래를 완료할 계획인데, 그전까지 오케스트라PE는 글로벌 본사 염브랜즈(Yum! Brands)와의 '악명 높은' MFA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KFC는 두산, CVC, KG그룹 등 여러 곳의 손을 거쳤는데 항상 회자된 것은 염브랜즈의 '간섭'이었다. 회사 주인은 따로 있지만 메뉴 개발, 인력, 매장 수, 거래처 등까지 본사가 세밀하게 간섭했다. '이쪽은 우리가 전문가니 우리 지시를 따르라'는 고압적인 자세였다. KG그룹이 그나마 닭 사이즈, 신메뉴 개발 등에서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는데, 염브랜즈는 이를 문제삼아 계약 해지에 나섰다. KG그룹이 KFC 매각을 급히 추진하며 몸값이 당초 거론된 1000억원보다 낮아졌으나 발을 잘 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KFC는 그동안 해외 본사 직영으로만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가맹점 체제로 전환하기로 염브랜즈와 뜻을 모았다. 다만 앞으로도 세부적인 조건들은 조율해야 하고, 가맹 사업을 확대할 때는 본사의 승인을 얻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염브랜즈는 오케스트라PE가 결성하는 PEF의 출자자(LP)로도 참여한다. 향후 KFC코리아 매각 시 '우선매수권' 조건도 요구했으나, 오케스트라PE는 회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M&A는 처음엔 인수자의 목소리가 높지만 우선협상자가 정해진 후엔 MFA 주도권을 가진 매도자 쪽으로 힘의 균형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인수자로서는 MFA를 새로 손대고 싶어하는데 잔여 기간이 얼마고, 조건을 나중에 바꿀 수 있는지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작년말 버거킹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두산, VIG파트너스에 이어 버거킹을 인수한 어피너티는 최대 1조원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시장의 호응은 뜨겁지 않았다. 장기 사업을 생각하는 SI보다 탄탄한 현금창출력에 집중한 일부 PEF만 관심을 보였다.
버거킹 본사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RBI)'는 두산이 버거킹을 운영할 때는 가맹점 사업권을 주지 않았지만, VIG파트너스와는 가맹 사업을 할 수 있는 MFA를 체결했다. 2013년부터 가맹 사업을 활발히 벌여 매장 수를 늘린 터라 한국에서는 성장 여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아직 잠재력이 남아 있는 일본 버거킹 사업이 매각의 핵심이 될 것이란 시선이 있었는데, 역시 시장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었다. 일본 내 점유율만 보면 '스타트업' 수준에 불과한 일본 사업의 몸값이 한국 버거킹의 30% 정도로 책정된 것이 원매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어피너티는 버거킹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등을 거친 후 다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KL&파트너스도 1조원대로 거론되던 '매장 수 1위' 맘스터치 매각을 중단했다. 투자금 회수 기한에 여유가 있는 만큼 M&A 시장이 되살아나면 다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맘스터치는 토종 브랜드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본사와 협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본사를 인수하는 것이니 가맹 사업자를 얼마를 늘리고, 어떤 가맹 조건을 제시하든 걸림돌이 없다. 맘스터치는 최근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고, 올해 안에 일본과 호주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홍콩계 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도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맘스터치 인수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맘스터치는 사업 실적이 좋아 매각자가 눈높이만 조금만 낮추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PAG가 중국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으로 들어왔지만 현지 사업자 선정 등 걸림돌이 많아 실행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