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낮은 왓챠, 시너지 낼 PB 상품 적은 롯데
적자 이어질 컬리…곧 보유현금 소진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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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롯데백화점 내부에서 왓챠와 컬리를 사자는 논의가 있었다. 각 부서의 구성원을 섞어 팀을 만들고, 팀별로 미래 전략을 구상해 임원진에게 발표하는 자리였다. 물론 이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기각됐지만, 급변하는 유통·콘텐츠 업계 트렌드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주제거리였다.
롯데쇼핑이 왓챠를 인수하게 된다면 OTT 플랫폼에서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OTT가 급성장 하면서 엔데믹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영화관 산업(롯데컬처웍스)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새롭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서 OTT 연계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이미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사업(롯데쇼핑)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과 더불어 지식재산권(IP)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자회사인 롯데홈쇼핑은 2021년 콘텐츠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에 2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초록뱀미디어와 함께 OTT·케이블TV 전용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며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자회사인 마인드마크는 각종 콘텐츠를 시청하며 나오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판매 링크로 이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마인드마크는 신세계그룹이 미디어사업 추진을 위해 260억원을 출자해 2020년 4월 설립한 100% 자회사다. 이후 마인드마크는 실크우드(32억원), 스튜디오329(45억원) 등 제작사를 연달아 인수했다. 최근 유튜브 등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 이외에도 미디어 콘텐츠와 연계한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도 왓챠 인수를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왓챠를 인수할 경우 실(失)이 더 많을 거라고 보고 있다. 왓챠의 시장점유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롯데쇼핑이 구상하는 콘텐츠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시청시간 기준 왓챠의 점유율은 3.7%에 불과하다.
왓챠는 2021년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국내 OTT 경쟁사가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왓챠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왓챠의 판관비는 392억원으로 2년 만에 약 3배 늘었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이 준비하는 것과 같이 콘텐츠 시청과 동시에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의 경우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활용할 때 시너지가 가장 크다. 그러나 롯데는 식품이나 의류 등 PB 분야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반면, CJ ENM은 PB 브랜드를 콘텐츠에 잘 융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CJ ENM의 TV 채널인 tvN의 경우 '윤식당'의 출연진이 가게에서 판매한 메뉴 대부분은 CJ제일제당에서 출시한 제품이었다.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윤식당은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빙 점유율은 22.4%로 왓챠보다 월등히 높다.
컬리는 롯데쇼핑이 신선식품 물류 라인업을 중장기적으로 구축하는 데 일정 부분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현재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성적표는 부진하다. 롯데쇼핑은 2020년 그룹 내 쇼핑앱을 통합해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매출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쟁사인 쿠팡에는 속도로 밀리고, 컬리에는 신선식품 품질로 뒤쳐지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5년간 1조원을 들여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 및 자동화 물류센터 기술이 접목된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게 협약 골자다.
컬리 인수 아이디어 또한 시장에선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컬리는 사업구조상 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롯데쇼핑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컬리는 4월에 '현금 곳간'이 빌 거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롯대백화점 내부 전략 기획 자리에서도 발표를 들은 임직원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컬리는 '뷰티컬리' 등 신사업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과거 컬리가 적자를 내는데도 불구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던 건, 새벽배송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고 프리미엄 식품으로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이다.
쿠팡·네이버·SSG닷컴 등 이커머스 3사가 시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컬리가 외치는 '신선식품 배송 기업’이라는 정체성은 퇴색됐다. 사실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을 중심으로 재편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인수한 기업을 돌이켜보면 손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M&A를 통해서 외형만 넓히려는 전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