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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못하니 이렇게라도 해서 정리하는 게 낫다"
"이 정도면 아주 똑똑한 거래다"
위의 것은 SK스퀘어의 SK쉴더스 지분 매각, 아래 것은 한화갤러리아의 인적 분할에 대해 내놓는 평가다. 금융 혹은 투자은행(IB) 관점으로만 평가를 하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크기 때문이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SK쉴더스는 SK스퀘어의 인수 5년만에 매각이 되는 셈이고,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지 2년만에 다시 분리가 된다. 대기업의 경영적 측면에서 이걸 정상적인 딜(Deal)이라고 볼 수 있을까. 5년도 내다보지 못하거나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 해석될 여지는 없을까.
약 4년 전 SK텔레콤과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은 2조9700억원(순차입금 1조7000억원 포함)에 ADT캡스를 인수했다. 당시 ADT캡스는 물리보안 업계 2위 회사였고, 사이버보안 업계 1위 회사였던 SK인포섹과 합병하면서 SK쉴더스가 됐다.
2021년 SK텔레콤이 사업부문인 SK텔레콤과 투자부문인 SK스퀘어로 인적분할하면서 SK쉴더스의 모회사는 SK스퀘어가 됐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를 '종합보안 회사'로 내세우며 기업공개(IPO)에 나섰지만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IPO시장 위축까지 더해지자 지난해 5월 IPO를 철회했다. 인수 당시 대대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홍보했지만 SK쉴더스는 여전히 국내 업계 2위 사업자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지분 68%를 확보하며 1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SK스퀘어는 이 딜로 9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게 되고 2대 주주로서 EQT파트너스와 공동 경영하게 된다. 인수를 주도했던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자랑스럽게(?)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
비록 SK쉴더스의 상장은 무산됐지만 모회사 SK스퀘어가 전략적투자자(SI)로서 인수 당시부터 주창했던 '종합보안'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정말 확고했다면, 이런 식의 거래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편에선 말이 공동경영이지 SK스퀘어는 딜(Deal)의 횟수와 거래 규모로 평가받는 재무적투자자(FI)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이건 누구를 위한 딜일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면 인수를 했더라도 언제든 매각할 수 있다는 게 SK그룹의 딜 스타일이라면 앞으로 누가 새로이 계열사가 되길 바랄까 되묻게 된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M&A에 기대하는 것은 외형 확장, 밸류체인 구축 등인데 이번 건은 상장 때 무리했던 것을 무마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전형적인 FI 스타일"이라며 "박정호 부회장은 구성원 고용을 절대적으로 보장한다고 했지만, SK쉴더스 임직원 입장에선 대기업 계열사의 일원이 된지 5년도 안돼 앞으로의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는 상황을 되돌리는 시간이 더 짧다.
한화솔루션이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의 사업 부문으로 흡수합병됐는데 당시에도 의아함은 많았다. 유통사, 그것도 명품에 강점이 있는 백화점이 사업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화학기업의 사업부문이 됐으니 말이다. 당시 한화갤러리아 측은 기존 백화점 부문 강화와 더불어 모기업인 한화솔루션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잠시 비바람을 피해 쉬어갈 수 있는 커다란 그늘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결국 첫째 김동관 사장 힘 실어주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유통업을 한화솔루션 사업 부문에 재편해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게 그 배경이었다.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도 결과론적으로 크게 나쁠 건 없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와중에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그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갤러리아 광교점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6534억원의 현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그런데 2년도 채 안돼 이 회사는 다시 분할되고, 모회사는 ㈜한화로 바뀌게 된다. 재계에선 이번엔 셋째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의 유통 부문 사업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김동선 본부장의 입지는 그룹 승계에서 빗겨나간 것처럼 보였는데 다시 김 본부장이 한화그룹의 유통·호텔·리조트 사업을 물려받는 그림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럴려면 한화갤러리아를 지주회사 격인 ㈜한화 밑으로 단순화하는 게 낫다.
한화갤러리아가 상장하게 되면 그 수혜를 누가 가장 많이 볼지는 명약관화다. 누가 보면 2년 동안 회사를 붙였다 뗐다 하는 작업이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작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IB쪽에선 이를 두고 "똑똑한 거래"라고 평가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마음대로 안되는 경우가 잘 되는 경우보다 더 많다. 잘 해보려고 회사를 인수해도 성공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되돌릴 때도 있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엔 대다수 실수를 인정하고 시장에 제대로 설명을 하고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서 잘 안 된 것을 "이렇게 잘 됐다", "이런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과대포장을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해질 그 작업은 언제나 그랬든 다수가 아닌, 특정 소수를 위한 것이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이런 과정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책임질 이는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그럴거면 최소한 "잘했다"고 홍보나 자랑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입력 2023.03.03 07:00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3월 02일 15: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