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추위 윤곽 직후 사의 표명해 우리금융 인선 "꼬였다"
임종룡 회장 겸직이나 이원덕 행장 사의 반려 가능성도
남기천 우리운용 대표가 임 회장 복심? 그룹 내 역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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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하며 그룹 인선이 꼬인 모양새다. 아직까지 이 행장의 사의가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후임 하마평으로 종전 회장 후보군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임종룡 신임 회장의 행장 겸직은 물론 이 행장의 사의가 반려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10일 금융권에선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행장의 후임 하마평이 돌고 있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 7일 이사회가 자추위를 열기 전 임종룡 신임 회장에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금융 측은 공식적으로 이 행장이 사퇴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후임을 결정할 계획이라 밝혔다.
하마평에는 지난 1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종룡 신임 회장과 경쟁한 후보군과 이번 자추위에서 계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전 임추위 후보군 중에선 박화재 전 우리금융 사업총괄사장과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이 거론된다. 박화재 전 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임추위 당시 임종룡 신임 회장과 이원덕 행장에 이어 유력 후보로 부상한 바 있다.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은 지난 2020년 권광석 전 행장 선임 때에도 행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었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기 전 사장은 과거부터 우리금융 후계구도에서 존재감이 컸고 박화재 전 사장은 이전 임추위 당시 정부와 연이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주목받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신임 계열 CEO로 추천된 인사가 행장직으로 되돌아올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전상욱 전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과 조병규 전 우리은행 기업그룹장은 자추위에서 각각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 캐피탈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후임 행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와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도 언급된다.
시장에서 오가는 후보군 일부는 우리금융의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도 있다. 그만큼 이 행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이 우리금융 인선에 남긴 후폭풍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추위 윤곽이 나오기 전에 사의를 표명했다면 모를까, 계열 신임 CEO 발표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많이 복잡해졌다"라며 "우리금융은 원래부터 후계구도나 차기 경영진풀이 좁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 행장의 유임을 전제로 인사를 진행한 뒤에 핵심 계열사인 행장직이 다시 공석이 돼버린 탓"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의 사임 의사 표시가 결국 임종룡 회장 내정자의 인적 쇄신과 연결된 이슈인만큼, 임 내정자의 의중도 관심이다. 이번 자회사 인사 유일한 외부 영입 인재인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그룹 내에서 맡을 역할에 이목이 모이는 이유다.
남 대표는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운용전문가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증권 런던법인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주영국대사관(2004~2006년)에서 근무한 임 내정자와 상당한 교류가 있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일단 임 내정자는 현재 우리은행장 직에 외부인사를 기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행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사퇴한 게 아닌 만큼 사의가 반려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불가피할 경우 임종룡 신임 회장이 행장을 겸직할 거란 관측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후임 행장에 누가 올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임종룡 신임 회장이 겸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라며 "그러나 신임 회장이 겸직에 나섰다가 사고가 터질 경우 책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도 있고, 아직은 이 행장이 공식적으로 사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