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기업 투자로 고객 묶어두는 효과 기대
다만 투자 성과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
당국 '비은행 수익' 독려에 '성의 표시'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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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가 모빌티티 사업에 관심을 들이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인 모빌리티 사업에 미리 선을 대 고객들을 묶어두겠다는 의도인데 금융사가 신사업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실효적인 이익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은행권의 이자수익을 '돈잔치'로 비판하며 비은행 사업 확대를 독려하자 금융사들이 발맞추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은행은 카카오모빌리티에 소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초기 투자자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보유한 구주와 함께 신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금융사와 모빌리티간 시너지를 모색하는 차원이다. 잠재 투자 규모는 수천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은행업 위주의 영업이 한계에 이른지 오래다. 단순한 금리 장사로는 고객들을 묶어두기 어렵기 때문에 중고차, 알뜰폰, 배달 등 일반 소비자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자사의 금융 서비스 생태계에 묶어(Lock in) 두겠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투자도 그 연속 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택시 등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다른 금융사나 서비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는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빌리티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밀접한 서비스다. 모빌리티 종사자에 대한 보험·대출 등 사업 확장도 고려할 만하다.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사 외에도 KB국민은행은 작년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티맵모빌리티 소수지분 투자자에 인수금융을 제공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 직영 운수사 임직원에 대출금리를 우대하는 제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고객들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정작 당장 이익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지금까지 시장에서 형성된 몸값이 8조원대에 이른다. 향후 상장 절차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투자 성과가 모호하다 보니 티맵모빌리티 투자 당시에도 국민은행 내부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들이 해당 금융사의 결제 시스템에 편입된다 쳐도 그 수수료 마진 역시 크지 않다. 신흥 금융사인 토스는 모빌리티 기업 타다를 인수해 신사업을 확장하려 했으나 실익이 많지 않았다. 토스 특유의 '보상' 문화를 적용하려 했으나 택시 기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사업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아이템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와 합병을 꾀하고 있다.
은행권의 모빌리티 투자 행보는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모빌리티 사업이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 뭔가 새로운 사업이 필요해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할 기회를 찾고 있고 모빌리티도 그 중 하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모빌리티 사업 자체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금융당국에선 금융 혁신을 주문하며 비은행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작년 11월엔 금융회사의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늘리는 안을 발표했는데 모빌리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란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금융사의 이자수익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가운데 금융사 입장에선 비은행 수익사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은행 비이자 이익 확대도 핵심 과제다. 정부는 '공공재'인 은행이 이자 수익을 많이 챙기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고삐를 죄고 있다. 금융지주 수장들에 대한 정부와 당국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은행 입장에선 돈을 벌지 않겠다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할 상황이다. 단순히 투자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느냐보다 '정부 의중에 따라 투자했다'는 평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선 대형 모빌리티 사업자와 손잡아두면 활용할 여지는 있지만 투자한 돈만큼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비은행 사업 확대를 독려하는 상황이라 금융사들도 손익을 따지기 보다는 그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