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액 갈길 멀다 보니 '빅네임' 한방 필요한 건 마찬가지
국내보단 글로벌 PE·해외 국부펀드 등이 '현실적 대안' 평
중동자금 추가 기회 될까…공모시장 회복 전제 필요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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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추가 투자 유치전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빅네임'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띠며 출자자(LP)도 지갑을 열고 있지만 대형 앵커 인베스터(핵심 투자자) 없이 소규모 투자 유치만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현실적으로는 국내보단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회사도, 기존 투자자도 최근 주목받는 '중동자금'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동자금 유치 성패도 향후 IPO 시장이 회복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대 3조원 규모 증자에 나선 SK온은 아직 주목할만한 수준의 자금 모집을 달성하지 못했다.
SK온은 지난해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를 받았다. 한투PE는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의 친분이, 이스트브릿지는 최태원 회장과 이종사촌 사이인 최동석 이스트브릿지 대표와의 막역한 관계가 배경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서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을 수혈받았다.
이후에도 다시 조단위 규모 투자금 모집에 나선 건 올해만 배터리 사업에 7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수 은행과 증권사가 100억원 안팎의 출자금을 약속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필요 자금 규모에 비하면 속도가 더딘 모양새다. 일례로 태효섭 대표가 이끄는 스텔라인베스트먼트가 프로젝트 펀드로 SK온 투자금을 모집하려 했으나 난항을 겪고 SK그룹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SK온은 "스텔라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프로젝트 펀드 모집이 완료돼 투자를 앞두고 있다"라고 밝혀왔다. 이외에 이렇다할 대형 투자자 리스트는 나오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게 수조원 설비투자를 이어가야 하다 보니 추가로 3조원을 확보하더라도 충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신설 공장 수율 문제나 고객사 판매량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얼마 정도면 현금흐름을 맞출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자잘한 자금들을 억지로 모아서는 목표로 한 3조원 조달이 어려울 상황이 됐다. 결국 단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줄 '빅샷'이 절실한 상황이다.
SK온에 출자하는 한 기관투자가는 "상황이 나아진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모아서는 3조원을 채우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대형 투자자가 움직여줘야 하는 상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운용사(GP) 사이에선 여전히 SK온 기업 가치에 미온적 시선이 적지 않다. 보장수익률 7.5%는 매력적이지만 직전 프리 IPO 당시 평가된 22조원이라는 기업 가치가 일종의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MBK파트너스를 포함해 글로벌 PEF 등 대형 투자자들이 끝내 참여하지 않으며 이 같은 시각이 더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PE 한 관계자는 "보장수익률보단 에쿼티 가격이 눈높이에 맞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라 SK온도 국내보단 해외 투자자 유치로 눈을 돌리는 게 현실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SK온도 글로벌 PE와 접촉하는 한편, 중동자금 유치에서 추가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에 투자한 이스트브릿지 설립자인 임정강 회장은 과거 스틱인베스트먼트 재직 시절에도 중동 자금을 유치하던 네트워크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이달 중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령이 드러나면 투자가 미뤄졌던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IRA가 중국 자본이 투입된 배터리를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세부 내용을 확인해야 전체 투자금이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안한 IPO시장, 그리고 공모가 진행된다고 할 경우 SK온에 대한 '오버 밸류에이션'우려가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기업금융(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3년과 같은 공모 환경이 다시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조원 가치에 프리 IPO를 받는 기업들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라며 "SK온은 공모시장에서 못해도 40조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할 텐데, 공모시장이 그만한 덩치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할 수 있을지, 또는 경쟁사가 그때까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SK온 자체 사업성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IPO를 통해 기존 투자자 회수가 불투명해지면 SK온의 계속되는 투자 유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SK온이 2026년 말을 전후해 고의/중과실 등 IPO 미완료 상황이 발생하면 기존 투자자들은 풋옵션 행사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SK온이 보장수익률을 반영해 기존 투자자 지분을 되사와야 한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을 깎을 수 있다면 국내에서 투자자를 쉽게 모집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지난해 국내 GP 전반이 손사래를 친 것"이라며 "그러니 해외 기관 자금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3조원 추가 모집에 성공하더라도 나중에 IPO가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