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상징인 부동산부터, 핵심 계열사도 매각
'8년차' 박정원 회장, 그룹 최장수 회장 등극
회사채 발행부터 계열사 IPO까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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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은 우리나라의 최장수 기업 가운데 하나다. 100년이 넘는 세월에 수 많은 파고를 넘었고, 현재 박정원 회장 체제가 들어선 만 7년의 기간 동안은 여느때보다 뼈를 깎는 노력을 요구받았다.
두산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 중 하나였지만 외형이 줄어들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산업은행의 관리에서 벗어난지 1년, 빚 더미를 내려놓고 그룹의 체질이 조금씩 개선될 조짐이 보이자 다시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정원 회장은 역대 그룹 회장들 가운데 사실상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한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사촌간 형제·사촌 경영을 이어온 대표적인 그룹인데, 박정원 회장은 지금은 그룹을 떠난 박용만 전 회장으로부터 2016년 회장직을 물려 받은 이후 올해로 8년 차를 맞았다.
사실 박정원 회장의 재임 기간은 역대 가장 힘든 구조조정을 겪은 시기로 봐도 무방하다. 취임 당시부터 두산인프라코어(現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개선, 두산밥캣의 상장, 두산중공업(現 두산에너빌리티)과 자회사 두산건설의 재무관리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이와중에 그룹의 중추였던 원전 사업의 갑작스런 중단은 재무위기를 가중했고 2011년 사모펀드(PEF)와 맺은 계약은 수년 뒤 수천억원 대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이미 금융기관들의 두산그룹을 향한 익스포저는 턱 끝까지 차있는 상황. 결국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연명에는 성공했지만 사실상 타의에 의한 자구안을 시행해야했다.
이후 클럽모우CC와 두산타워 등 보유 부동산을 팔았고, 두산솔루스와 두산모트롤BG ,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해야 했다. 그룹의 발목을 잡아온 두산건설의 매각을 성공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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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을 중심으로 그룹은 빠르게 재편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소형모듈원전(SMR)과 풍력 발전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인프라코어의 빈자리는 두산밥캣이 실적으로 뒷받침했다. 글로벌 신용펑가사 무디스(Moodys)는 최근 두산밥캣의 신용등급(Ba3)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그리고 최상위 지배회사인 ㈜두산의 신용도가 개선된 점이 반영했다. 사실상 그룹 전반에 걸친 재무적인 위기에서 다소 벗어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이를 위해 자금 조달 또는 기존 차입구조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두산그룹에 투자은행(IB) 업계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두산그룹과 접점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증권사 실무진이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두산그룹에서 다양한 자본시장 거래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향후 자본시장의 높은 주목도가 예상되는 그룹 중 하나"라며 "아직까진 '두산'이란 단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신용도 회복이 가시화하면 투자 심리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 등장했다. 신용등급 BBB 등급에도 불구하고 실적 기대감이 반영하며, 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몰려 8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최근엔 계열사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가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과거 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전량을 최근 시간외대량매매방식(블록세일)으로 매각했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매각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PRS 계약당사자들이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할 당시의 할인율은 약 7~11%였으나 이번 블록딜의 할인율은 이보다 낮은 6~8% 수준으로 책정됐다. 물론 예상치를 밑도는 할인율에 일부 투자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매각이 완료한 이후부턴 오버행 우려가 사라지며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산그룹의 자신감을 옅볼 수 있는 부분은 계열사 기업공개(IPO)의 도전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이 90%의 지분을 보유한 두산로보틱스의 IPO 주관사를 선정하고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진행된다면 대기업 계열사로서 올해 처음, 두산그룹 내부적으로는 두산밥캣 이후 7년만에 계열사 직상장에 나서는 셈이다. 물론 거론되는 몸값과 투자자들의 괴리감은 상당히 큰 상황인데 얼어붙은 IPO 시장에 '두산'의 타이틀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그룹은 과거 인적분할 및 재상장, 블록세일, FI 파생거래, PEF 자금유치 등을 통해 그룹의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이번 계열사 IPO 추진을 계기로 확실한 투자 수요를 확인한다면 남은 계열회사의 IPO 또는 계열사 내 사업분의 분할 및 상장 작업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평가다. 이와 별개로 그룹 내부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시점엔 박정원 회자의 후계 구도가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