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도 국내IB 통한 자금 조달 분주
"CS발 위기 확산에 금리 또 오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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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CS)발(發)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 건설사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이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죄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달 금리 상승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민간금융기관들을 통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자금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충분한 유동성, 즉 현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PF 위기의 중심으로 거론됐던 태영건설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후,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과 총 2800억원(한국證 2000억원 출자) 규모의 PF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활용한 사모사채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태영건설은 현재 국내 한 캐피탈사로부터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위한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사업장의 문제 때문이라기 보단 조달 금리가 다소 안정됐을 때 자금을 확보하자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현재 국내 한 금융지주회사 계열 캐피탈사와 자금유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수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에 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것보단,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급순위 15위권인 코오롱글로벌은 최근까지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자금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는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2700억원 규모의 채무만기상환 지원을 확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으나 현재 국내 PF 사업장에서 지난해말 기준 약 1700억원의 보유현금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잠재 부실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조달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수준까지 치솟았던 건설회사들의 조달 금리는 올해 들어 10% 내외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롯데건설, GS건설 국내 최대 규모 건설사들도 10% 중반 금리 이상을 감수해야 했는데 현재 조달 금리는 이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는 정부가 조 단위 자금을 풀어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막겠단 의지를 나타내며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수 많은 부동산 개발 사업장과 이에 얽힌 시공사들의 위기론이 불거졌지만, 실제로 자금 경색으로 인해 파산한 건설회사는 손에 꼽는다.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은 CS발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확산했다. 금융당국은 매주 국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비율 및 연체율을 점검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으로의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점검에 나섰다.
물론 국내 금융회사들이 당장 PF 시장에 대한 자금줄을 죄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지만, 금융기관들이 PF 대출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갑작스런 유동성 경색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 내 투자 자산 가운데 부동산PF 자산이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는 점이 상수인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여신에 대한 보수적인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건설사 직접 대출 및 사업장 대출, 유동화증권 발행 금리 등 부동산PF와 얽힌 조달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금조달에 홍역을 겪은 건설사들이 당장의 이자 비용을 감수하고도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해두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금융지주회사 계열 기관들 외에는 (부동산PF 대출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부동산PF 뇌관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그리고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신용금고 등에 산재해 있다. 1금융권에 비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느슨한 2금융권을 중심으로 지난 수년동안 부동산 PF대출이 급증해 왔는데 물론 해당 기관들의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여신 규모도 시중은행에 비해 큰 수준이다. 2금융권의 채권 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종국엔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는지 여부가 금융기관과 건설회사 등 부동산PF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의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