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구조조정 기관으로서 존재감 있지만…내부 스크리닝 잘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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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와 한국벤처투자(이하 모태펀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표 모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물갈이 인사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전통 LP(출자자)라고 보기 어려운 캠코는 자본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단 관측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대표 모펀드 운용기관 지형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벤처캐피탈(VC) 생태계 내 정책자금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하면서 모태펀드의 힘이 빠지는 동시에,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은 높아지며 캠코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성장금융, 모태펀드 등 국내 대표 모펀드 운용기관의 입지는 확연히 줄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출자 기조에 따라 관련 예산이 상당 감소한 영향이다.
모태펀드의 올해 예산은 전년도 대비 절반 수준인 3135억원으로 책정됐다. 정책 모펀드 결성 규모를 줄이고 민간 모펀드 출자자에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 자본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모태펀드는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벤처투자의 유웅환 신임대표는 지난달 본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준법서비스본부와 펀드운용1본부의 본부장을 맞교체했는데 이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리스크관리와 펀드운용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펀드운용2본부장은 혁신투자1팀장을 맡았던 최은주 본부장이 발탁됐다.
LP 간 모태펀드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관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질타가 있었을 것이라는 등 여러 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외부 미팅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반면, 캠코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자본시장 내 존재감이 대폭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캠코는 상시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수년간 입지가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부터는 구조조정혁신펀드의 운용을 직접 담당하고 1조원 규모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입·정리펀드를 조성한다. 4차 구조조정혁신펀드의 경우 몇 안 되는 대규모 출자 사업(1조원 규모) 중 하나로 운용업계의 관심이 높다.
캠코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접점을 늘려왔다. 앞으로 출자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LP로서의 입지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구조조정의 주체를 민간보단 정책 부문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캠코는 작년 JKL파트너스에 1000억원 가량을 출자한 데 이어 올해도 유사한 규모의 출자 사업에 잇따라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전통 LP로서의 이미지가 정착되지 않은 만큼 프로젝트 펀드 출자 시 내부 스크리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체적으로 분산투자를 하기도 하는 블라인드 펀드에 비해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하는 건 내부 투자심사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 출자는 정량화된 지표를 통한 운용사 간 비교가 가능한 만큼 LP의 부담이 덜할 수 있다. 즉 프로젝트 펀드 출자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LP 실력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캠코가 이를 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태펀드 측은 "당사는 2~3년을 주기로 순환보직을 실시하고 있어 올해는 팀장·본부장급 인사를 진행했다"라며 "당사는 보직을 돌아가면서 맡고 있고 펀드운용 1, 2 신임 본부장 모두 변호사로서 모태펀드 운용 및 직접투자, 준법 모니터링 등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