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해프닝' 불쏘시개 된 토스뱅크의 선이자 예금상품 '마케팅'
입력 2023.03.28 07:00
    취재노트
    3.5% 선이자 파격 상품에 시장선 '돈 급한가?' 오해
    LCR 830%…유동성 위기와 가장 거리가 먼 구조인데
    억울하겠지만 결과적으론 불안심리만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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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뱅크가 이자 먼저 받는 예금 상품을 출시한다고 했다가 괜히 된서리를 맞았다. 돈을 맡기면 즉시 연이율 3.5% 수준 이자부터 준다는 솔깃한 제안인데, 고객들은 '그렇게 돈이 급한 상황인가' 우려한 것이다. 상품이 파격적으로 보인 만큼 주말 새 뱅크런 관련 뜬소문이 퍼졌고 월요일 아침부터 토스뱅크가 수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연일 악재가 터지며 시장에선 약한 고리를 찾는 것 외에도 은근히 사고를 바라는 듯한 심리가 관측된다. IT 기반 빅테크 기업이 '평판'이 중요한 금융업을 너무 쉽게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뱅크가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출시한다고 밝힌 건 지난 24일 금요일이다. 가령 1억원을 6개월(184일) 동안 맡기기로 하면 연 3.5% 이자의 6개월분인 176만원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받은 돈을 굴려 수익을 낸 뒤 이자를 지급하는 보통 정기예금과는 정반대 구조인데, 해당 상품은 주말 사이 직장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서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상품이 꽤 파격적이게 보였던 탓인지 토스뱅크가 급하게 정기예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것처럼 비친 것이다. 이 때문에 토스뱅크는 27일 오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833.5%이고, 총고유동성자산은 약14조5000억원에 달한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역시 이날 "고객들에게 기다리지 말고 한번에 (이자를) 줘도 재무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워낙 경험 자체가 새롭고 좋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고 금융시장이 약간 불안한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실제로 관련해 우려할 만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밝힌 수치대로 토스뱅크는 당장은 유동성 위기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LCR이 800%를 넘긴다는 건 고객이 갑자기 맡긴 돈 찾아가겠다고 몰려드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바로바로 돌려줄 수 있는 돈을 현금 또는 고유동성 채권 형태로 8배 이상 쌓아뒀다는 뜻이다. 통상 규제당국 권고치가 100% 안팎인데,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줄곧 900% 안팎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뱅크가 해당 상품을 내놓은 시기는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게 됐다. 

      세간 우려와 거리가 있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조바심일 수도 있으나 뒤숭숭한 시기에 파격 상품을 내놓으니 정반대 결과만 낳은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연달아 악재를 쏟아내며 금융당국을 비롯해 투자업계도 국내 시장의 취약점을 점검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유동성 대응 능력이나 예금구조 안정성과는 별개로 불안심리가 한 번 퍼지고 나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위기가 불거질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VB 역시 단순한 자본확충 움직임이 뱅크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금 은행에 가장 중요한 건 '낙인효과'를 피하는 것"이라며 "선이자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부업체 혹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는 거란 부정적 뉘앙스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슈가 발생한 근본적인 배경으로 은행업에 대한 토스의 이해도가 아직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 선이자 상품이 기존 1금융권에도 존재하던 상품인 것은 맞다. 2012년엔 우리은행도 '미리받는 정기예금'이라는 , 같은 구조의 상품을 출시했던 적이 있다. 

      다만 원천징수시기 등 복잡한 세금 이슈가 있고, 주력 상품으로 취급했을 경우 이번 경우처럼 은행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인식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이벤트형 상품으로만 기획돼왔다. '경험 자체가 새롭고 좋은 상품'이라는 말에 은행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