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무용론'까지 번진 IPO 허수청약 개선방안
입력 2023.03.29 07:00
    취재노트
    기관 허수성 청약 주관사더러 막으라는 당국
    부담 큰 증권사들, 금투협에 요청했지만 '대안 없다'
    "균등배정부터 손보고 채권청약 참고해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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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뜨겁던 지난해 초까지,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이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실제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하면서 일명 '뻥튀기 청약' 논란이 일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금융당국은 곧 관련해 구체화된 지침을 내놓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곽만 보면, 주관사인 증권사들의 책임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기관들의 실제 수요를 발라내는 부담을 이들에게 지우면서다. 부담감을 느낀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대안 마련을 요청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기관 수요예측을 내실화하겠다는 게 주요내용이었다. 금융당국은 곧 관련 지침을 공개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실행에 옮길 전망이다.

      계기는, 같은 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청약 당시 수요예측에 1경5203조원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던 것이 거론된다. 주식 공모에 있어 수요예측은 공모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다. 다만 그간 최대치를 주문해도 실제 배정 물량은 적었던 까닭에,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지급 능력을 넘어서는 규모의 주문을 넣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해당 지침에 대한 증권사들의 반발은 상당한 분위기다. 물론 허수성 청약을 막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금융위가 내놓은 해결책 자체가 주관사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어서다. 건전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주관사의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 책임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관들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단 기관들의 자기자본·총자산·수탁고 규모 등에 따른 기준을 마련, 증빙서류를 확인하라는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지만, 실무단에선 기관들이 해당 규모를 부풀려 작성할 경우 확인할 방법이 묘연하다고 토로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총자산이든 뭐든 부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고 토로해도 받아들여지질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이런 목소리를 금융당국에 전달하기 위해 금투협에 언로(言路)를 요청했다. 기관들의 주금납입능력을 검증할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전해달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런 요청에 대해 금투협이 방관에 가까운 자세를 취하자, 일부 증권사는 금투협의 역할론에 대해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협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회비를 걷기까지 하는데도 회원사들의 의견을 안 들어주는 분위기다"라며 "물론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결정이어서 반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상장 작업 자체가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증권사 IPO 담당자들은 수요예측 과정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청약을 넣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수요만큼 청약 주문을 넣은 건지를 일일히 확인해야해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제도 개선이 확정되면 주관사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서 상장이 중도 철회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IPO 시장의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균등배정 문제를 더 시급히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21년부터 공모주 일반청약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의 절반가량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 적용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포퓰리즘'에 기반한 제도로 인식, IPO 공모 투자를 치킨값 정도를 벌 수 있는 한낮 '로또 시장'으로 전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허수성 청약 방지를 위해 주관사에 책임을 지우기보단, 채권 수요예측 방식을 참고해 수요예측 제도 자체를 손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라며 "채권 수요예측은 발행사와 주관사가 공모 희망금리밴드를 선제시한 뒤 밴드 내 유입된 유효수요 주문을 임의로 배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투협 측은 "정부 방침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계속 수정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증권사 IB 관계자들과 7차례 회의를 거쳐 기관들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할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 보안을 거듭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