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보험 수익 인식 규모 크게 줄어들어
보험사들 판매 자제 지시
덩달아 방카슈랑스도 시들
-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원년을 맞이하여 보험사 영업관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보험상품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저축성보험 판매채널로 각광받던 '방카슈랑스'가 찬밥 신세가 됐다는 평가다.
올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IFRS17이 도입됐다. 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17 하에서는 보험사의 수익방식의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이전에는 판매한 시점을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했다면 올해부터는 미래에 들어올 수익을 산출해 이를 인식한다. 즉 저축성보험 상품처럼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품은 새로운 회계제도 하에서는 수익이 이전처럼 크게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이때문에 IFRS17 도입이 예고 되었을때 부터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서 쉽사리 저축성보험을 포기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CEO 성과평가에서 순이익이 중요지표로 활용되다 보니 저축성보험은 '달콤한 유혹' 이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한번에 목돈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이전 회계제도에선 그해 수익에 큰 영향을 준다"라며 "순이익으로 성과평가를 하다 보니 저축성보험을 대대적으로 줄이긴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일시적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이 대대적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이용해 저축성보험을 팔았다. 이에 따라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이 전년보다 38.87% 증가한 321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험사 유동성 위기가 사그라들고 새로운 회계제도가 시작되면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라는 지시가 강하게 내려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연히 저축성보험 판매 채널로서 막강한 지위를 유지하던 방카슈랑스 채널의 약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IFRS17 시작 이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욱 면밀히 해당 상품 판매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관계자는 "수익성에 도움이 안되는 상품 판매를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라며 "일순위로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되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방카슈랑스를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리는 보험사가 나타날 경우 시장에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 상품을 무리하게 판다는 인식이 심어지면 자칫 회사의 유동성에 대한 의혹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수치를 보면 회사가 처한 상황을 볼 수 있다"라며 "방카슈랑스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회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냐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