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친화책에 주가 반등…시장도 긍정 평가
상장 시점 추진 예정…모-자회사 가치 유동적
SK온, 시장 오판에 사업확장 재무전략 꼬여
주가부양 필요할 때 실효적 제안 없었던 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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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주주들에게 자회사 SK온의 주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주주친화책엔 미지근하던 시장도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변수는 많이 남아있다.
일단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SK온 '미래가치'를 끌어와 지금 주가를 부양한 모습인데, 정작 SK온의 상장 시점에 '모회사'와 '자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SK온 투자유치에 애를 먹으며 배터리 사업확장에 필요한 재무전략이 꼬였는데, 실효적인 주주친화책을 내놓는 시기도 늦어 주주들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SK이노베이션은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상장 시점에 맞춰 두 회사의 주식 교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에게는 가지고 있는 SK온 주식을 나눠주는 식이다. 주식 교환 규모는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이며,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주주환원책은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들은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SK온)을 물적분할함에 따라 자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회사는 자사주 매입 등 정책을 폈지만 뚜렷한 주가 상승 효과는 누리지 못했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주환원정책에 시장은 화답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13.8% 상승 마감했다. ‘자회사 IPO의 새로운 스탠다드’(유안타증권),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을 반영’(한국) 등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지주사 SK㈜ 주가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자회사 상장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이 SK이노베이션의 제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승효과는 오래 가지 않아 바로 다음날인 31일 4% 이상 하락하면서 상승분 1/3 가량을 곧바로 반납했다.
그간의 주주환원책에 비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최종 성과를 확인하려면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자사주 취득 및 교환은 SK온 상장 즈음에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일러야 2025년 이후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24~2025년엔 주당 최소 2000원 수준의 배당을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모회사와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변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6조원 수준인데, SK온이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받으며 설정한 기업가치는 22조원이다. SK온 투자자들에 약속한 보장수익률(7.5%)을 감안하면 몇 년 뒤 상장 시점엔 30조원 수준의 몸값은 인정 받아야 한다. SK온의 사업이 잘 되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 나눠줄 주식은 줄어들고, 반대로 너무 안되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주식을 받아갈 이유가 줄어든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정책 기조에 따라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고 시장 자금을 끌어와 주가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괄목할 성과가 없었다.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다 보니 회사는 전통의 주력 사업인 석유사업에서 쏠쏠한 이익을 거둬도 드러내놓고 강조하기 어려웠다. 배터리 사업을 강조하려해도 매출 비중이 10%에 그친다. 시가총액 130조원을 훌쩍 넘은 LG에너지솔루션, 50조원의 삼성SDI와 대비될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불거진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신사업 진출 등 주가를 끌어올릴 소식을 꾸준히 내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자회사에 쏟아졌지만, 모회사도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을 하며 실익을 챙기는 구조다.
반면 SK그룹에선 배터리 핵심 소재가 SKC(동박), SK㈜(음극재) 등으로 나눠져 있다. 분리막을 만드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SK온보다 한참 먼저 상장시켰는데, 상장 후 주가는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논란에 크게 놀란 후 그룹 차원에서 LG화학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며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도 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구조지만,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들이 소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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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가장 드러내놓고 쓸 수 있는 주가 부양 소재가 ‘배터리’인데, 지금까지는 그 사업 확장도 여의치 않았다. LG화학과의 배터리 분쟁을 종결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기회도 있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 그룹에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는데, 시장 평가 대비 너무 높은 가치를 제시하면서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SK온은 수주 물량을 일정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자금 조달에 애를 먹다 보니 그 뒤로 계획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작년엔 유동성 기근에 전방산업 수요 감소 등 매크로 이벤트까지 겹치며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SK이노베이션의 보증 부담이 커졌다. 반년만 일찍 20조원 기업가치에 투자를 받았더라면 배터리 사업이 훨씬 순항하고 있을 것이란 아쉬운 평가가 많았다. 원래대로면 SK이노베이션에 돌아가야할 성장분을 재무적투자자(FI)에 돌리고, 그 과정마저도 덜컥거리니 주주와 시장의 시선이 곱기 어려웠다.
SK이노베이션이 이제라도 ‘파격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으니 다행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시장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좋은 재료가 있다면 작년 모회사와 자회사가 고전하고 있을 때 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주에 좋은 내용을 ‘주주총회’에서 발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서둘렀어야 한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주주친화책 발표의 수혜를 본 모습이다.
SK그룹은 각 계열사 대표이사를 비롯, 경영진 성과급 상당부분을 주식으로 받고 있고, 성과평가에 '주가'를 반영하고 있어 그간 계열사 CEO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일단 SK이노베이션은 30일 상여지급 목적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했는데, 처분 예정 금액은 그 전일 종가인 16만4500원이다. 회사의 주가는 31일엔 소폭 하락했지만, 어쨌든 경영진이 상여로 받은 주식은 앞으로 주주친화책 이후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자회사 SK온의 성장성도, 주력인 석유사업 가치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서 정체성이 모호하단 지적이 있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사실상 주가 관리를 놓은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