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부동산PF 대출 시장 걱정 나날이 커져
금융당국은 관련 수치 직접 못받고 감독권한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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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전국 새마을금고에 '뱅크런'이 일어났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간부회의에서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시장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라"라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MBC가 9시 뉴스에서 "새마을금고 예ㆍ적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오보를 냈다. (보호 대상이다. 다만 '예금자보험법'이 아닌 '새마을금고법'을 적용, 자체조성된 기금으로 보호되는 점만 다르다)
이틀 만에 전국 새마을금고서 2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위가 서둘러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다. 김석동 위원장은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 국회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사과를 해야 했다. "예금자들을 안심시켜야 할 정부 부처가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 시켰다"는 이유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저축은행들에 대한 서슬 퍼런 구조조정이 단행된 직후라 여파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반대다.
시장에서 연일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 현실화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가 아니라 어디를 봐도 조금씩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 "위기 수준인지가 문제인데 (새마을금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게 기본적 판단”이라고 했다.
위기는 '심리'에서 현실화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니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괜찮습니다"는 과연 금융위원장이 보장할 수 있는 사안일까?
금융위에는 새마을금고 감독권한이 없다.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관련 데이타를 충분히 받기 어려운 구조다. 상호금융기관 가운데 신협ㆍ농협ㆍ수협ㆍ산림조합은 모두 금융위에 신용사업에 감독권한이 있는데 새마을금고만 예외다. 금감원도 새마을금고 검사를 못한다. 행안부에 요청해야 그나마 '공동검사'를 할 수 있고 단독검사는 불가능하다.
한국은행도 새마을금고 데이타를 잘 구하지 못한다. 한은은 분기마다 비은행 금융기관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를 확인하고 연체율 상승을 분석하는데 새마을금고 데이타는 쏙 빠져있다. 역시 새마을금고가 행안부 소관이어서 발생하는 일인데, 한은도 "새마을금고 데이타는 관련 통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달리 말하면? 최악의 상황이 터졌을 때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할 방법이나 근거가 부족하다.
그나마 공개된 수치가 최근 새마을금고가 국회 행안위 소속 오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대출(기업 직접대출 및 PF대출 모두 포함)이 2019년말에 27조 수준이었는데 작년말 56조원이 됐다. 3년 만에 무려 30조원이 늘었다. 그 사이 연체율이 2배 넘게 증가했다.
"PF대출은 선순위 대출이고 LTV는 60%수준이라 안전하고 매주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라는 게 새마을금고와 행안부의 해명. 외부감사 한 번 제대로 받기 힘든 새마을금고의 이 해명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행안부가 2017~2019년 기준 새마을금고 중앙회 담보대출을 검사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이때 발견된 부실 의혹만 91건.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외부감정서에 기재사항이 누락됐거나, 담보산출 과정이 미흡했거나 숫자를 잘못 계산한 건들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이 2019년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이 30조원이나 더 늘어나면서 과연 크게 개선됐을까. 최근 검찰의 새마을금고 중앙회 PF사업 관련 압수수색에 왜 시장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보이고, 이런 저런 문의를 해올까. 불안감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은행권 인사들을 만날 때 이런 사항을 언급하면 처음엔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설마 그 정도로 관리 감독이 엉망이겠느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부실대출 몇 건만 발견되도 은행장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새마을금고의 특혜와 특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말 큰 사단이 나기 전에 새마을금고 관리 권한을 금융위로 이관해서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 는 논의는 1997년부터 무려 25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가 직접 나서 감독주체 변경 검토를 지시, 관련 법령 개정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법안이 폐기됐다.
그때마다 "새마을금고는 상호부조기관이므로 일반금융의 감독잣대를 들이대면 조합원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라는, 아무리 읽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가 등장했다.
결국은 '선거'와 정치권의 이해관계, 그리고 부처 이기주의의 결합 이외에는 합리적인 해석이 어렵다. 전국 1300여개 금고에, 240조원대 자산을 굴리면서 지역관련 사업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관리 감독은 거의 받지 않는 전무후무한 금융조직. 이런 조직이 시ㆍ도의회 의원부터 국회의원 총선 등 각종 선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친 추론일까.
그러지 않고서야 "새마을금고 지역 이사장들의 3선 제한을 풀어줘 4선이 가능하게 하자"라고 국회의원, 그것도 행안위원장(당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뻔뻔하게 법안을 내놓고 이사장들의 '20년 집권'을 도모해주는 일이 벌어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자, 이런 상황에서…대출 관련 데이타도 확보 못하고, 한번도 관리 감독권을 가져본 적이 없고, 기본적인 수치마저 행안부에 부탁해서 받아야 하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새마을금고 PF 대출 걱정할 수준 아니다"라고 공식선상에서 언급하는 게 적절한 대처였을까?
제 아무리 불안심리를 다독이기 위해서라고 해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오해와 불신을 자초할 수 있는 언급 아닐까.
자칫 금융위라는 조직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부분은 아닐까. 차라리 이 기회에 '새마을금고 관리감독권 이양'의 필요성을 당당하게 설파라도 했다면 그나마 '수장'으로서 면모라도 드러낼 수 있었을 터다. 하지만 흔해 빠진 조사도, 검사도 못하는 금융당국 수장이 오히려 '비리천국' 비판을 받아온 새마을금고의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꼴이 됐다. 너무 친절하고, 너무 소프트하다.
차라리 2011년 금융위의 서슬 퍼런 대응이 신뢰는 더 생긴다. 비록 의도치 않은 뱅크런으로 질타를 당했더라도…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았던 상호금융의 리스크를 손에 피를 묻혀가며 점검하려 했고 '경고 신호'를 제대로 줬다.
똑같이 '관치'(官治) 금융' 비판을 받는 '모피아 출신' 금융위원장 선후배 사이라 해도 스타일의 차이는 불가피한건지…어쩌면 실력과 수준의 하향 평준화는 비단 민간 부문만의 고민거리는 아닐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