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지출 비용에 국내 1위 LG엔솔도 신중 모드
SK온, 3사 중 유일 적자…현금흐름 관리 급선무
삼성SDI, 북미 진출 가장 늦어…보조금도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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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호재'로 반기는 분위기다. AMPC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공장 증설에 신중한 분위기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미국은 작년 8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번에 발표한 세부안에 따르면 4월 18일부터 배터리 광물·부품 비율도 미국이 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기대하던 AMPC 세부안은 이번에 발표되지 않았다. 지급 형식이 세액공제 또는 현금지원으로 이뤄지는지, 기간별 또는 금액 한도가 어떤지 등 미지수다. 국내 배터리 3사에 IRA 예산 4300억달러(약 560조원) 중 AMPC에 얼마나 배정되는지가 핵심 사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MPC 세부안은 6~9월 중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법안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시 1kWh당 35달러, 배터리 모듈까지 만들 경우 1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공제율은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로 줄고 ▲2033년 이후에는 0%가 된다.
AMPC 세부안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마치 미국 정부가 국내 배터리 기업에 '현금을 뿌리는 듯' 인식하며 '호재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최근 배터리 3사가 미국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하는 점을 감안하면 초안 대비 AMPC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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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PC 혜택 유지 혹은 확대가 예상되나 국내 배터리 3사는 여전히 고민이 큰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3사가 계획하는 북미 생산능력은 총 553.5GWh(▲LG에너지솔루션 293GWh ▲SK온 180.5Gwh ▲삼성SDI 80GWh) 수준이나, 현재 실제로 공장이 돌아가는 규모는 크지 않다. 작년 말 기준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은 ▲LG에너지솔루션 15GWh ▲SK온 10GWh에 불과하다. '증설투자 집중 구간'인 2023~2026년 동안 이전에 증설한 규모의 몇 배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10GWh당 약 1조원이 투입되는 걸 고려하면 배터리 3사는 최대 53조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셀 밸류체인이 미국 현지 진출을 시작하면서 투자비는 1.5~1.7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주 공시된 동사의 애리조나 투자에서 단위 설비투자(Capex)는 10GWh당 1조6000억~1조9000억 원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동률 확보가 쉽지 않아 양산이 안정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배터리 설비 가동률을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에, SK온은 2027년에 80%를 넘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터리 3사 중 그나마 여력 있다고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에 계획대로 증설하는 데 신중한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7685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SK온은 흑자 전환이 늦어진데다가 아직 배터리 사업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SK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2조95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AMPC로 2025년까지 최대 4조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SK온이 AMPC의 '호재'를 제대로 누리려면 올해 현금흐름을 관리하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전환에 '목을 매야 할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흑자전환을 했음에도 불구, 그간 북미 시장 공략에 가장 늦게 나서 당장 보조금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쟁사는 이미 미국에 캐파를 깔고 있는데, 삼성SDI가 미국에 처음으로 설립하는 공장은 2025년 상반기부터 가동된다. 시작이 늦은 만큼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최초 연산 23GWh 규모며 이후 40GWh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MPC 세부안이 확정돼도 실제 생산으로 이어져야 지원으로 이어지는 만큼 배터리 3사가 북미 투자를 이어가는 게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며 "미국도 무리하게 요구하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에 '당근'을 제시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