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현대LNG해운·폴라리스 등 1위 사업자도 매물로
우량 기업들이지만 시장선 매각자 희망가에 부담 시선
해외 매각 가능성도 부상…"정부 정책 방향 중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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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A 시장엔 HMM을 위시한 대형 해운사 매물이 대거 나와 있다. 작년 이전부터 매물로 내놓았으나 성과가 없었던 곳, 올해 매각을 본격화한 곳들이 뒤섞여 매각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모두 각 영역에서 1위 사업자들이지만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해운업이라는 점, 하나 같이 높은 기대 몸값, 해운사 매물을 받아줄 원매자가 부족한 점 때문에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지난달 주관사 선정을 시작으로 HMM 매각의 닻을 올렸다. 매각 대상 지분은 약 40%고 시장가치만 4조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영구채 인수까지 감안하면 거래 규모가 6조~7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매각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정부는 최대한 많은 지분과 영구채를 팔길 희망하고 있다.
HMM은 사실상 하나뿐인 원양 컨테이너선사고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자본이 인수자로 나서야 한다. 현대글로비스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현대차, 해운업 진출이 숙원이던 포스코, 사업 확장에 관심이 많은 LX그룹 등이 잠재 원매자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기업도 국내외 금융 시스템과 거시경제 환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조원에 이를 자금을 턱턱 쓸 수 있을지 미지수다.
HMM에 쌓인 10조원 이상의 현금도 부담요소다. 정부는 HMM을 매각하면서도 국적 선사의 경쟁력 유지를 고민해야 한다. HMM의 현금을 회사의 기업가치 확대에만 쓰길 바라는 입장이다. 침체하는 컨테이너선 경기, 배당성향(2021~2022년 현금배당성향 5.5%, 5.8%) 등 고민에 대규모 배당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매각은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가 손잡고 정부의 금융지원까지 받쳐줘야 하는 거래로 평가된다. 수백억원의 매각자문 수수료가 주목 받았지만 난이도가 높은 거래다 보니 투자은행(IB) 손에 남는 것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매각 자문 수임에 실패한 곳들은 인수 자문 수임을 앞두고 산업은행과 교감하고 있는 기업이 어디냐를 찾는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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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운의 유조선(탱커선) 사업부문도 매물로 나와 있다. SK그룹은 2018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SK해운을 내놨고, 한앤컴퍼니는 1조5000억원을 들여 SK해운 최대주주에 올랐다. 국내 1위 탱커선 사업자로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SK해운은 재무구조가 점차 개선됐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30척을 거느린 희소가치 있는 매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만큼 기대 몸값이 높고,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각자는 탱커선 사업 가치로 2조~3조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도 잠재 원매자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탱커선 사업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해외로 넘어가면 원유 도입 등에 있어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금융을 지원해서라도 국내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몸값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을 독려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 당국이 KSS해운 등 기존 탱커선 사업자를 더 키우는 것과 SK해운 탱커선 사업 인수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비용이 적게 들어갈지 정책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LNG해운은 2014년 현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IMM PE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2021년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했고,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는 데 주력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매각자의 희망 가격이 높았고 국내 발전 정책의 변화, 한국가스공사와의 계약 등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재개된 현대LNG해운 인수전은 주로 해외 선사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해외 기업 중에선 LNG 시장의 큰 손인 가스공사와 연을 맺고 싶어하는 곳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LNG해운이 운용중인 선박들은 대부분 금융이 끝난 상황이다.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당분간 배를 싸게 이용할 수 있고, 해외 선사 입장에선 가스공사와 일할 기회를 잡으니 윈윈할 수 있다.
현대LNG해운은 국내 1위 LNG 수송선사로, 한국 LNG 도입량의 10% 이상을 맡고 있다. 글로벌 LNG 수요 증가로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이에 HMM이 나서 인수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산업은행 등이 HMM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변수가 생기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고, 매각자와 인수자 간의 가격 격차도 컸다. 현대LNG해운 매각 가치는 7000억원대로 거론되지만, HMM은 그 절반 수준을 적정가로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확장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비싸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해운사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데 해외에서는 한국 선사들이 왜 이렇게 많이 M&A 시장에 나와 있느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며 “매각자 입장에선 해외 매각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주요 선사들이 해외로 팔리게 되면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도 주요 매물 중 하나다. 국내 1위 초대형 광탄석 운반선(VLOC) 사업자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영업실적은 개선됐는데 오랜 기간 경영 불확실성에 놓여 있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폴라에너지앤마린(작년 상반기 지분율 80.52%)은 2017년 폴라리스쉬핑 지분을 기초로 하는 교환사채(EB)를 사모펀드(PEF)에 발행했는데, 이 채권의 만기가 곧 도래한다. 교환사채엔 상환하지 못할 경우 폴라리스쉬핑을 매각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작년 호반건설 컨소시엄으로의 매각은 최종 무산됐다. 이후 최대주주가 폴라리스쉬핑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의 만기도 올해 돌아온다. HMM은 폴라리스쉬핑도 잠시 인수 대상에 올렸었다.
경쟁 벌크선사들에 비해 선령이 낮은 선박이 많다는 것은 강점이다. 브라질 발레(VALE), 포스코 등 대형 화주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업황 부침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이 ‘승계 자산 배분’의 소재로 폴라리스쉬핑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걸림돌이다. 이들의 주식은 담보로 잡힌 상황이라 사실상 가치가 없지만, 얼마간이라도 수익이 돌아오길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 창업자들의 지분은 담보로 잡힌 상황이지만 돈을 얼마라도 받아서 나가겠다는 입장이라 매각 작업에 껄끄러운 면이 있다”며 “현대LNG해운이나 SK해운 탱커선 M&A는 정부가 국가 중요산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정책 방향을 잡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