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적자 줄이기' 목표…허리띠 졸라매기
컬리 등 자금조달 난항 속 차별화 전략 주목
출혈 경쟁 끝날까 주목…"유통 투자 기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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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올해 경영 목표로 ‘수익성 중심’을 내걸었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외형확장에 힘써온 것과 반대로 투자 규모를 줄이고 비용 절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전반의 출혈 경쟁 강도가 완화하면서 '유통 공룡' 이마트와 롯데가 다시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각각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을 밝혔다. 경기 침체가 전망되면서 올해 과도한 투자를 지양하고 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적극적인 투자로 외형 확장을 꾀하던 투자 전략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기조로 바뀌었다.
이마트는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투자하는 등 효율적인 비용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비효율 자산 유동화,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차입금을 축소하는 등 재무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단 방침이다. 전사적으로 부수 비용 줄이기 지침이 전해지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쓱닷컴 및 지마켓 이커머스 부문은 ‘적자 축소’를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도 시장 상황이 어려워 흑자 목표를 내세우긴 어려웠을 것이란 평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온라인 사업의 영업적자를 50% 축소하는 계획을 달성 중이며,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기준 쓱닷컴은 1112억원, 지마켓은 6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쓱닷컴은 지난해 3분기 영업적자 231억원, 4분기 2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는 축소 추세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쓱닷컴 공동대표에 지마켓 출신 이인영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기존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쓱닷컴 대표 자리도 겸직해왔다. 쓱닷컴을 ‘투톱’ 체제로 전환하면서 전임 대표가 집중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공격적이던 이마트의 투자 기조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베이 인수에 큰 자금을 소요한 만큼 투자 여력도 크지 않다. 시장이 침체하면서 유통·커머스 업계에서도 잠재 매물들이 거론되는데, ‘이베이에 큰 돈을 쓰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지들이 있었을거란 아쉬움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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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백화점 비효율 점포 리포지셔닝과 마트·슈퍼 통합소싱, 이커머스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중심 사업 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이 큰 온라인 신선식품 영역에서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업을 통해 효율화를 달성, 적자 폭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은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마찬가지로 적자 규모는 매년 줄여가고 있다. 2021년 4분기 490억원을 기록한 영업적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24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롯데온의 영업손실 규모도 2022년 1분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 내부에서도 외형 확장보단 일단 내실 강화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다. 이커머스사를 인수하자는 등 스터디 차원의 고민이 이뤄졌다고 알려진다. 실제 컬리 인수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생각하는 몸값이 현저히 낮았던 탓에 인수 제안을 했더라도 컬리 투자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유통사들이 수익성에 집중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커머스 출혈 경쟁이 이어지는 동안 투자 관점에서 유통사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컬리와 오아시스 등 신선식품 쪽에서 빠르게 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 경쟁도도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와 이마트 측은 각각의 온라인몰 ‘차별성’에 집중해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쓱닷컴은 백화점 고가 제품 등 ‘쿠팡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차별점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고가 명품의 경우 백화점 등 믿을만 한 채널을 통해서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많다. 쓱닷컴도 백화점 온라인 채널에 입점할 명품 브랜드를 늘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온은 ‘버티컬 커머스’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는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작년 럭셔리 화장품 전문관인 ‘온앤더뷰티’를 선보인 데 이어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 ‘온앤더패션’을 런칭했다. 이달 키즈 브랜드 전문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온 내 버티컬 서비스 거래액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9.7%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수익성 관리 기조로 들어가면서 결국 이커머스 쪽도 경쟁이 완화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업황은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데, 온라인몰 쪽도 적자 고비를 지나면 이익도 개선될 것이고 유통사 밸류에이션도 싸졌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실적이 올라오면 투자 관점에서도 유통사를 향한 관심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