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운용업계도 불안…작년부터 잇따라 해외투자 건 손실
해외투자 규모 이지스운용 9조·삼성운용 6조·미래운용 5.5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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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자사의 부동산펀드 및 리츠에 환매요청이 빗발치자 애를 먹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을 둘러싼 위기가 재확인되면서 국내에선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운용사 위주로 손실 확정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국내부동산 운용사가 투자한 해외 자산에서 손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체투자운용이 지난 2017년에 리츠를 통해 매입한 미국 워싱턴소재 오피스빌딩인센티넬2스퀘어는 만기를 맞았지만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대주단을 꾸려 후순위 대출을 제공한 미국 오피스빌딩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도 2년째 원금과 이자 지급을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폭락하며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세계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최근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을 '울며 겨자먹기(?)'로 팔았다. 지난 2014년에 1억2900만달러(1700억원)에 매입한 13층 규모의 오피스빌딩 2채를 8600만달러(약1082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최근 자사 상품에 잇따라 대규모 환매요청이 들어오며 자산 매각 절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스톤은 지난 3일 자사 리츠(Breit)에 대해 환매 제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국내 부동산운용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손실 구간에 진입한 펀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펀드런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외국계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블랙스톤 같은 세계적 부동산운용사도 유동성 리스크를 겪는 걸 보면서 작년부터 예고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지난해부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특히 미국 중심 업무권역에 위치한 오피스의 공실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해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하는 국내 탑티어 운용사 위주로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블랙스톤의 대규모 환매 요청과 그로 인한 제한 사태가 국내에서 반복되긴 힘들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소수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모펀드 위주라는 설명이다.
국내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간 만기 연장이 비교적 용이하다. 공모펀드의 경우 만기가 다가오면 연장이 어렵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하기도 해서 자산가치 폭락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환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부동산 위기설이 가파르게 번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국내 부동산운용업계에서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관찰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만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의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지난 2월 밝혔는데 신규 임대차 확보를 통해 떨어진 자산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 비용 투입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으면서 미확정 손실 건이 여러 건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후문으로 전해지기도 했는데 일부 자산은 매각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앞선 국내 부동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블랙스톤의 영향인지 외국계 운용사도 안전자산인 오피스빌딩조차 투자를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부동산운용업계는 시장 경색으로 인한 손실을 수습하기 바쁜데 이지스자산운용은 부실자산 중 일부를 정리하고 있고 마스턴투자운용도 내부 관리하는 것만으로 정신없는 것 같다. 작년과 달리 올해 딜 수임에서 존재감이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 중 해외 부동산투자규모는 이지스자산운용(9조552억원), 삼성SRA자산운용(6조517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5조5820억원), 신한자산운용(4조6707억원), 메리츠대체투자운용(4조694억원), 베스타스자산운용(4조107억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3조8586억원) 순으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