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행사하는 시공사 늘어나…시행사에 부담
소급 할인분양까지 나서지만…시세보다 분양가 높아
시행사, 레버리지 크다 보니 할인율 높일 여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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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행사가 저금리 시기에 벌여놓은 사업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금리를 기준으로 계약가를 확정했지만, 이후 '예측하지 못한' 금리 인상에 사업성이 떨어졌다. 일부는 시행이익을 담보로 새로운 사업장에 투자하며 손실을 키우기도 했다. 현금흐름이 막힌 상황에서 시행사의 디폴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내 한 역세권청년주택은 최근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 내 시공사 브랜드를 앞세워 입주를 마무리했다. 분양과 입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에도 해당 사업장의 A 시행사는 순영업소득(NOI)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행사에 따르면 임대료 가격을 책정한 2018년 이후 금리가 급등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기준금리가 1.5%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 3.5%까지 올랐다. 계약된 거주기간이 8년이라 계약이 끝나기 전에는 확정된 가격을 변경할 수 없어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A 시행사는 상가 분양을 통해 손실을 메꿀 계획이다.
이외에도 시행사가 NOI를 겨우 맞추거나 혹은 손실이 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분 저금리 시대에 시행사가 차입하며 금리가 치솟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사업장의 경우 최근 중도금 무이자 관련 금융비용이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변동금리로 차입했는데, 올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까지 늘며 가산금리까지 더해졌다.
일부 시행사는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켜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임대수익이나 분양전환에 따른 시행이익을 담보로 대출받아 다른 사업장의 브릿지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출 규모가 사업 규모보다 커져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다 보니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혹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돈이 묶여 제대로 돌지 않는 시행사가 다수 존재한다"며 "특히 자기자본(에쿼티) 비중이 적은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일으켰던 시행사가 많이 휘청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시공사가 공사비를 증액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어나는 점도 시행사에 부담이다. 건설자재 가격과 금리가 인상되며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며 조합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수분양자가 있기 때문에 손실은 시행사와 대주에게도 돌아간다.
이처럼 상황이 어렵다보니 할인분양 등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 있는 시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시행사는 공급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할인할 경우 기존 계약자에게도 동일한 금액으로 소급 적용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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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행사의 할인분양률 폭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높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현장이 많아 할인 분양을 해도 당시 시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한 부동산금융 PF 관계자는 "당시 높았던 분양가는 물론 최근 가격 낙폭까지 감안하면 할인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야 부동산이 팔릴 것"이라며 "다만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레버리지가 크다 보니 할인율을 더 높일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시행사가 금리 상승에 관해 리스크 헤지 방안이 마땅찮다"며 "분양률과 더불어 토지취득가와 공사 비용 등을 모두 따지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시행사가 더 늘어난다"고 밝혔다.
결국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부동산 가격이 뛰지 않는 한 시행사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세한 시행사의 경우 디폴트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다른 부동산금융 PF 관계자는 "자금력이 없는 시행사는 대출받아 연명해야 하지만, 요즘 이들이 대출받을 곳이 한정적이다"며 "주상복합의 경우 상가를 채워 수익성을 보전하겠다지만, 경기 부진으로 (리테일 부문인) 상가로도 쉽게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