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원에서도 취지에 공감
현안 이슈 많은 금융위 뜨끈 미지근
금리 하락기 올까 우려에 보험사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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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기존에 팔아 놓은 계약을 재매입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이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에 주요 안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주요 현안 이슈들이 많다 보니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인데, 보험사들은 해당 제도 도입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계약 재매입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약 재매입은 과거 연 6~7%대 고금리확정형 상품을 팔아놓은 생보사들이 이차 역마진을 줄일 수 있는 자구책 중 하나다.
계약 재매입이란 과거에 들어놓은 고금리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기존 해지환급금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계약자에게는 당장 목돈 마련이 가능하고, 보험사 입장에선 이차 역마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보험 산업 리스크 토론회에서 지광운 군산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계약 재매입 제도를 허용하면 당장 목돈이 필요한 소비자가 기존 해지환급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고, 보험사의 역마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금리 보유 상품만으로 발생하는 이차역마진이 2017년 1조원, 2018년 6000억원, 2019년 5000억원, 2020년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보험사들의 이런 요구에 공감하고 있다. 올해 업무계획에 계약 재매입 허용을 포함시키고 해당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금융위의 미온적인 반응이다. 금융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당장 시급한 현안 이슈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뿐 아니라 감독당국에서도 이차역마진 해소의 필요성에 공감을 한다"라며 "다만 금융위에선 현안 이슈가 아니다 보니 진척이 빠르진 않다"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서둘러 해당 제도 도입에 신경을 쓰는 배경 중 하나로 신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도 꼽힌다. 새로운 회계제도 아래에선 보험계약에 대한 시가평가가 이뤄진다. 역마진이 나는 상품을 시가평가해 수익 인식을 하게 되면 이들 계약이 보험사 회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IFRS17 전면 시행 전에 계약 재매입 제도를 통해서 '잠재 부실'을 털고 가고 싶은 필요성이 제기되는것이다.
시중금리가 현재보다 더 올라가기 보단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은 점도 보험사들이 해당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다. 금리가 떨어지게 되면 보험 부채 시가평가로 인해서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보험사에 자본확충 부담을 증가시킨다. 보험사 입장에선 금리에 더욱 민감하게 노출되다 보니 이차역마진 상품을 해소하려는 니즈가 크다.
이 관계자는 "작년부터 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크지 않았다"라며 "금리가 떨어지면 이차역마진 문제가 불거질 수박에 없어 보험사들 입장에선 시급하게 해당 제도 시행을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해당 제도가 도입된다면 일시에 목돈을 챙길 수 있는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고금리 상품을 장기로 가져갈지, 아니면 일시에 프리미엄을 받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고객은 프리미엄의 수준을 보고 계약 유지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무리하게 보험 계약 재매입을 요구하는지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