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과 보험영업수익 살펴봐야
순이익 지표도 신뢰성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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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진짜 실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간 실적을 발표했지만, 해당 실적에 대한 불신은 컸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보험사 실적에 대한 파악 및 추정이 가능해졌다. 보험사 1분기 실적에 따른 주가 영향도 관심사다.
올해 1분기부터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을 적용한 실적을 발표한다. 새로운 회계기준 아래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해서 재무제표에 반영하게 된다. 눈여겨 볼 부분은 보험계약으로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매년 나눠서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도입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회계기준 이전에는 보험사의 회계는 사실상 '엉터리'였다. 재무제표는 자산과 부채로 구성되는데 이전에는 보험사의 자산은 시가평가하고, 부채는 시가평가를 하지 않았다. 즉 양쪽을 비교하는게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인식 방식도 '엉터리'로 이뤄졌다.
보험사가 보험을 팔면 보험계약자는 보험료를 지불하게 된다. 보험의 특성상 받은 보험료는 고객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하지만 이전 회계방식에서는 들어온 보험료를 즉각적으로 수익으로 인식했다. 그러다 보니 당기순이익에 민감한 경영진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줘야 하는 보험을 팔 유인이 있었다. 당장 자기 임기 내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시납 저축성보험처럼 일시에 목돈이 들어오지만, 보험금 지불은 추후에 이뤄지는 상품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보험사에 문제가 되는 고금리 상품들은 고객 확보 경쟁을 위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상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에선 보험을 팔았을때 생기는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핵심적으로 봐야 할 숫자가 바로 'CSM'이다. CSM은 보험사가 팔아놓은 상품의 현금흐름을 분석해 해당 보험상품이 가져올 수익을 추정한 것이다.
즉,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팔았다면 CSM에선 추후에 고객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가정해서 얼마의 수익이 날지를 추정한다. 해당 숫자를 보면 현재 보험사가 팔아놓은 상품으로 얼마의 수익이 창출될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 분기마다 발표하는 실적에선 일정하게 보험영업수익이 인식되게 된다. CSM을 제대로 추정했다면 매 분기마다 나오는 보험영업이익이 CSM에서 일정하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를 예로 들 경우 평균 보험계약이 12년이기 때문에 CSM의 약 8%가 매년 보험영업수익으로 인식되게 된다"라며 "분기로 따지면 CSM의 약 2%가 보험영업이익으로 인식되게 되는 셈인데 해당 수치가 매 분기마다 들쭉날쭉하다면 회사가 제대로된 이익 추정을 하지 못한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자는 해당 보험사가 얼마나 영업을 잘하는지를 파악해보려면 CSM을 살펴보면 되고, 해당 CSM이 믿을 만한지는 매 분기마다 나오는 보험영업수익과 비교해보면 된다. 이전에는 보험을 판 것만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던 수치를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에선 비교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에서도 CSM과 실제 보험영업수익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보험영업수익과 투자수익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 분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험사의 경우 장기국채 등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순이익 지표도 이전보다 투자자에게 보험사에 대한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전처럼 순이익이 매분기 들쭉날쭉하기 힘들다"라며 "보험사의 보험영업수익과 순이익 지표를 보면 해당 보험사가 얼마나 건실한 보험사인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선 이전보다 투명하게 보험사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