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수차례 공개발언…작년 이사회선 "무리 말자"
인수전략 바뀌겠지만…결국 핵심은 눈높이 어디까지?
NH시절 우리證 인수가 핵심 공로…허들로 작용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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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 가능성이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임종룡 신임 회장 역시 취임 전후로 증권사 인수 의지를 거듭 피력하며 본인의 치적으로 삼고 싶어하는 모양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인수 여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성에 찰만한 적당한 매물을 찾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대형사를 인수할만한 자본여력이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회장 교체 후 조직 내부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외연 확장이 우선 순위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근 일부 증권사 내부에선 우리금융으로의 매각 가능성을 은근히 기대하는 목소리가 전해진다. 취임한지 한 달도 안된 임 회장이 벌써 수차례나 "신설하지 않고, 사겠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 전환 이후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필요성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나, 수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복 강조하는 만큼 시장도 술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여전히 90%대로 은행지주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자산에서건 이익에서건 은행을 제외하면 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그러니 전임 손태승 회장에 이어 임 회장 역시 뚜렷한 성과를 드러내자면 가장 맞춤한 승부처가 비은행, 특히 증권사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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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장에 증권사 매물 중 마땅한 대형사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에도 이사회를 상대로 증권사를 포함한 비은행 M&A 계획에 대한 보고를 진행했다. 당시 이사회에선 블라인드 형태로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 등 잠재매물을 검토했는데, 증권사의 경우 1조원 아래로는 보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진도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여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기회를 따져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외부에선 손태승 전 회장이 연임을 위해서라도 M&A 성과가 필요할 거란 시각이 많았지만 오히려 과점주주 측 사외이사진에서도 무리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수장이 교체된 데다 이사회 구성도 바뀐 만큼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전략이 작년과는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임 회장 시대 들어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성과 눈높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란 평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구조조정 성격 외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보유한 금융사 거래 파이프라인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라며 "자문 시장에서 우리금융은 매물을 가리지 않고 잠재 인수자로 꼽히지만 수장 교체 이후 이사회와의 관계나 바뀐 눈높이가 거래 전략에 어떻게 작용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주 입장에선 임 회장 들어 증권사 인수 성과에 대한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을 거란 시각이 많다. 임 회장의 과거 NH농협금융지주 시절 최대 성과가 우리투자증권 인수였던 데다 회장직 내정 이후 불거진 관치 논란의 핵심 방어 논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물론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당시 임 회장의 성과를 떠올리며 사업 확장에서 덕을 보게 될 거란 시각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사례가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3년 임기 내 그만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유안타증권은 대만 유안타 본사에서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며 교통정리가 끝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물론, 대형 금융지주들이 호시탐탐 넘보던 삼성증권은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증권 본사를 방문한 이후로는 매각설이 쑥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증권사 중에는 매물이 없지 않지만, 상당수 매물이 부동산금융에 수익을 의존하던 중소형 증권사라는 점이 부담이다. 자칫 잘못 인수했다간 시너지도 없이 부실 정리에 자금만 허비할 수도 있다.
맨파워가 부족한 증권사를 잘못 인수했다가 문제 소지가 있는 상품을 취급할 경우 시너지는커녕 은행에 해만 끼칠 수도 있다. 라임펀드 사태 때에도 증권 계열사가 소싱해 온 상품을 은행복합점포에서 판매했다가, 은행 고객에게 부실이 전이된 전례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주도하고 NH지주회장 땐 인수했던 당사자가 다시 우리금융에 와서 이에 못 미치는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 있다"라며 "주주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매물을, 최소한의 부담으로 인수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의 '면'을 세울 수 있는 대형증권사 인수 여력이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이중레버지리지비율은 98.6%로 은행지주 평균 113.2% 대비 낮다. 1분기 중 다올인베스트먼트를 2125억원에 인수했지만 전체 종속기업 투자자산 대비 1%에 못 미치는 데다 지난 10월 신종자본증권을 추가 발행하며 자기자본을 채웠던 만큼 출자 여력엔 큰 변동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용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이자수익이 크게 늘며 지난 연말 기준 약 3조4000억원까지 쌓였다.
문제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우리금융지주의 CET1은 지난해 말 기준 11.5%로 대형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여러 규제 기준을 고려하면 CET1을 10.5% 이상으로는 유지해야 한다. 현 우리금융지주 재무 상황에서 CET1 1%포인트는 위험가중자산 20조원 정도의 여력을 의미한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일반적인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30조~40조원 안팎이다. 우리금융은 '크게 보면 대형사 인수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금융권에선 자본 여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자본확충이나 이익잉여금 적립을 통해 자본여력을 끌어올린다 해도 한계가 있다. 주주들에게 'CET1 12% 초과시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비이자이익 확보 필요성은 이전보다 확대됐다"며 "올해는 비이자이익 확보를 위해 유의미한 규모의 비은행 M&A와 동시에 CET1 비율을 10.5% 이상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