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C 기대감에 각사 사정 맞물려 속도낸단 평
전체 투자금 4조 넘어가면 자금사정 숨통 트일 듯
美 I세부지침 따라 보조금에 '캡' 씌울지 변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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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추가 투자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앞서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작업이 늘어지던 차에 글로벌 투자사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 활용 압박이나 국내 진출 수요가 맞물린 데다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 수혜 기대감이 작용하며 속도를 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1조원 안팎 투자가 거론되는데, 조달 총액이 4조원을 넘기면 얼추 자금 사정을 맞출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AMPC 보조금 한도 문제가 최종 변수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투자사 힐하우스캐피탈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카타르투자청(QIA) 등이 SK온 투자를 검토 중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도 계속해서 잠재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투자 협상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별개로 진행 중이나 동일한 조건이 적용될 전망이다.
거론되는 잠재 투자자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부터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려온 곳들이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보조금 수혜 외에도 각자 처한 상황이 SK온을 다시금 매력적 선택지로 만들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SK온은 지난 연말 다수 국내 PE들에 투자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한투PE 컨소시엄으로부터 제3자 배정 증자 형태로 8200억원을 우선 확보한 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서 추가로 2조원을 수혈받았다. 올 들어 출자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컨소시엄으로부터 추가로 3800억원을 확보했지만 계속해서 해외 투자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내놓으며 협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잠재 투자자들 역시 올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하는 데다 SK온 외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진출을 계획 중인 글로벌 투자사들의 경우 현지 자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정이기도 하고 현재 시장 상황에서 7.5% 수준 보장수익률이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며 "올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PEF도 SK온 외에 다른 투자처를 찾기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이번 투자 유치로 최대 1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액수까지 윤곽이 드러난 투자자도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최종 참여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계 자금 일부는 이미 구체적인 액수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금 총액을 특정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잠재 투자자 일부는 최종적으로 불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SK온이 추가로 투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모회사를 포함해 외부에서 유치한 자금 총액이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SK온 내부적으로도 4조원 이상을 확보하면 내년 보조금 수령 시점까지 현금흐름을 맞출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설 수 있어 무작정 유치자금을 늘리기도 어려울 거란 시각이 많다.
그러나 AMPC 세부 조건이 확정되기 전까지 변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SK온이 받게 될 보조금 수혜 총액이 오르내리는데 업계 내에선 난감하단 반응도 적지 않다. 세부지침을 발표하기까지 수혜 규모를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 미 정부가 특정 국가가 수령할 수 있는 보조금에 한도를 설정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수혜 규모가 기존 투자자의 회수 성과나 잠재 투자자의 협상에 미칠 영향이 큰 터라 조심스러운 시각도 전해진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국내 배터리사가 받아 갈 보조금 총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벌써부터 주가에 반영하는 등 기대감이 높은 것 같은데 업계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라며 "외교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각 국가별로 캡(한도)을 씌울 가능성이 높아서 세부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언급하기 어렵고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