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도 차질…주택 거래도 침체
건설사·건축 자재·거래 플랫폼 등 PE 투자 기업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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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며 관련 전후방 기업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칠 때는 건설사부터 인테리어, 플랫폼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많은 기업의 실적이 꺾이거나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 관련 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PEF)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은 2021년까지 초호황을 구가했지만 작년 상반기부터 경고등이 켜졌다. 하반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성이 전면에 부각되며 금융사, 기관투자가 할 것 없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원자재 등 사업비까지 늘며 기존 개발사업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작년 초를 제외하면 계속 100 미만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많아 앞으로도 당분간은 부동산 건설 및 거래 움직임이 잠잠할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새로 개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다 보니 시공사를 찾는 발길이 줄 수밖에 없다. 기존 진행 사업도 공사비가 계속 늘어나 사업 주체와 다툼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과거에 수주한 일감이 이어지며 매출은 유지했더라도 수익성이 악화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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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캐피탈이 인수한 두산건설은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매각한 것인데, 1년 사이 영업 환경이 약화하면서 인수자의 고민이 깊어졌다. 두산건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자 두산에너빌리티가 향후 정산하기로 한 돈 중 일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가 향후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두산건설을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키스톤PE가 장기보유하고 있는 동부건설은 작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줄었다. 동부건설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회사는 레고랜드 조성 기반시설공사에 참여했었는데,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파산 신청 계획을 밝히며 공사대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월 공사비 미수금을 모두 회수했다.
KKR은 TY홀딩스에 수천억원을 투자했고, TY홀딩스는 그 자금으로 태영건설의 유동성 부담을 덜어줬다. KKR의 투자는 펀드가 아닌 자기자본 계정에서 직접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율과 각종 안전장치를 감안하면 KKR의 투자 자체는 위험하지 않지만, 태영건설은 앞으로도 유동성 관리에 신중해야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번 주목을 받은 만큼 다시 부동산 PF발 한파가 몰아치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투자담당 임원은 “새마을금고 부동산 투자 자산, 증권사가 만기만 늘리고 있는 브릿지론 등은 모두가 터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다”며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부진하다. 유관사업들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더라도 향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보니 PEF가 다음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C&E는 작년 두드러진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전해보다 줄어들었다. 회사는 최근 자회사 쌍용레미콘 매각에 나섰다. 수주 감소 및 원자재가 상승 등 부담을 사전에 덜어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앤컴퍼니는 작년 국내 첫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해 쌍용C&E 투자자를 교체했다. 좋은 자산을 장기 보유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와 결국은 회수를 못하고 뒤로 미룬 것이라는 지적이 엇갈렸다.
JKL파트너스가 2016년 인수한 강구조물 제조사 거흥산업도 일감이 많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1300억원을 넘었던 매출은 2021년 832억원이 됐고, 작년에 다시 1000억원대로 복귀했다. 영업이익은 아직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E&F PE가 인수한 이누스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이누스는 아이에스동서에 있을 때도 적자사업이었는데, 여전히 흑자는 내지 못하고 있다.
TPG가 투자한 고급 바닥재 녹수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시장 상황을 살피며 회수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가 반드시 적기일지는 미지수다. 녹수의 제품은 해외 선진 시장에서의 수요가 많은데, 올해는 해외 부동산 시장 역시 차갑게 식었다. 해외에서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향력 큰 창업주’의 존재도 회수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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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는 2021년 가구 1위 한샘 경영권을 사왔다. 이후 한샘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인수금융 재무약정(Covenant) 위반 가능성이 커졌다. IMM PE는 인수금융 대주단과 1000억원을 한샘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고, 올해 같은 규모의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한샘은 올 1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돼 IMM PE의 고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리빙 1등 모던하우스는 작년에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코로나 팬데믹 중 홈퍼니싱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덕을 봤다. 다만 작년의 전년대비 실적 성장률은 2021년에 미치지 못했다. 주택 손바뀜이 많을수록 생활용품과 소품의 수요가 많지만 작년엔 주택 거래 시장이 침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주택 누적 거래량은 6만6952건으로 전년 동기(8만4888건) 대비 20% 이상 줄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플랫폼은 시장 침체와 유동성 기근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부동산 프롭테크(Prop-Tech) 기업 직방은 2021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등극했고, 작년 상반기 시리즈E 투자유치를 거치며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대로 올랐다. 다만 부동산 거래가 적어지면서 광고 수수료 수익도 줄었고, 작년 영업적자가 확대됐다.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을 표방하는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은 홈리모델링, 해외 사업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60% 가까이 늘었는데, 적자는 지속됐다. 투자 유치에 계속 성공하며 작년 초 유니콘에 올랐지만, ‘유니콘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최근 시장 분위기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며 건설사, 자재, 거래 플랫폼 할 것 없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