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M&A·주주환원 확대로 주판알 굴리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
금융당국 압박 주가 짓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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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예상보다 빨리 보통주자본(CET1) 비율 12%를 넘겼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주가가 바닥인 상황에서 주주환원 정책 재검토나 인수합병(M&A) 기대감이 고개를 들 법도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본 규제 강화나 사회환원 요구 등 견제 카드를 잔뜩 쥐고 있어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우리금융은 1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지주 전환 이후 처음으로 CET1 비율이 12%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보다 약 0.5%포인트 개선됐다. 1분기 중 환율 상승과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등 하락 요인이 있었지만 시장 예상보다 빨리 자본비율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우리금융이 1개 분기만에 CET1 비율을 12% 이상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건 당기순익 외에도 바젤III 개편안 적용에 따라 신용위험 리스크가 줄어든 덕이 컸다. 환율이 오르는 가운데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며 위험자산이 늘었지만 바젤III 개편안으로 기존 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RW)가 줄며 거의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 이 덕에 보유 유가증권 평가이익과 9000억원 규모 당기순익이 자본비율 개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CET1 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로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다. 이 때문에 연초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은행지주는 모두 CET1 비율 관리 목표치를 주주에 제시하며 이를 기준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형태로 적극적 주주환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시 우리금융은 올 연말 기준 CET1 비율이 12%를 넘어서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말까지 현 수준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겠지만 당장 투자자 관심은 M&A 계획이나 주주환원 정책 변화로 쏠릴 수밖에 없다.
1순위 격인 증권사 인수의 경우 그룹이 떠안아야 할 위험자산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본비율이 받쳐줘야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다. 현 재무 상황에서 위험자산 20조원 규모 중형 증권사를 인수하면 CET1 비율이 0.5~0.6%포인트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규제비율이 10.5%인 만큼 이론적으로는 위험자산 40조원 규모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여력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마땅한 매물이 없을 경우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CET1 비율을 최대한 개선해 총주주수익률(TSR)을 현재 기준인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식의 주주환원 확대를 바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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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주가는 신통치 않다. 우리금융도 수장 교체 이후 M&A 전략에 변함은 없으며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지속 추진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금융당국 입장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추가 자본을 쌓으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다시금 안갯속에 놓인 기분일 것"이라며 "연초 우리금융뿐 아니라 은행지주들이 가시성 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던 게 거의 상쇄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주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27일 우리금융에 이어 실적 발표에 나서는 경쟁사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금융에 비해 자본비율이 넉넉하고 당장 비은행 M&A가 불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당국의 추가 자본적립 요구 수준이나 주주환원에 대한 입장에 따라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단순히 불확실한 경기 전망만을 이유로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건 아닐 거란 분위기가 많다"라며 "은행지주들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사회 환원 등에 나서기 이전까지 투자자에 더 적극적인 환원책을 내놓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