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안에선 안정적 방산·호실적 상선 분리도 가능
조선 경기 부침은 부담…그룹 내 선박 발주 시 도움
해운사 설립 가능성 대두…무기 해상운송 시너지도 노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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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종합 방위산업기업 도약을 눈앞에 뒀지만 향후 조선업 경기 변동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룹 차원에서 해운사를 거느리고 있으면 이런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 수주 호조로 해상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그룹 내 선사에 맡기고, 선사는 필요한 선박을 대우조선에 발주하면 그룹 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어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했다. 앞서 행태적 시행조치 이행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가 상정됐다. 보고서에는 한화가 대우조선의 경쟁사에 부품을 공급할 때 차별해선 안되고, 인수 과정에서 습득한 경쟁사 정보를 부정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이름을 바꾼 한화오션이 출범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작년 대우조선 인수 의지를 드러낸 후 1년이 되지 않아 결실을 보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3년간 해외 기업결합의 벽에 막혔던 점과 비교하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그동안 기업가치가 더 떨어진 회사를 등떠밀리듯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화그룹은 상당한 열의를 들여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 우주, 항공, 지상 분야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한화그룹으로선 대우조선을 반드시 한 회사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 이전까지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울 때마다 대우조선 선-방산 분리 논의가 있었지만, 도크 공동 사용 등 물리적인 문제로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한 그룹 안에서는 도크를 같이 써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업부를 쪼개는 것도 가능하다. 한화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이 한창인데 대우조선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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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업 중 방위산업을 비롯한 특수선 분야는 정부 계약에 기대는 만큼 안정적이지만 그 파이가 크지 않다. 작년 해양·특수선 사업의 매출 비중은 14.5%에 그친다. LNG운반선 등 상선 분야는 83.9%다. 사업 비중이 절대적이고 최근 수주도 호황이지만, 수 년 주기로 하향 사이클이 돌아온다. 한화 그룹 내 대우조선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수주 부진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105A1 자주포,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 지상 무기를 개발·생산한다. 국내 시장은 한정적이라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 무기는 대부분 선박으로 날라야 한다. 한화그룹은 작년 폴란드와 20조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고, 작년 12월 K9 자주포 등을 해외 선박을 통해 운송한 바 있다.
한화그룹이 해운사를 두고 내부의 해상 운송 수요를 맡기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선박 물량까지 발주할 수 있다면 대우조선이 조선업 하향 주기를 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선 기존 선사들의 반발이 컸지만, 무기 운송과 같은 특수 분야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덜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이미 M&A 시장에 나와 있는 HMM 등 해운사를 보는 것보다, 새로운 해운사를 세우는 편이 낫다. 해운사 설립 자체엔 큰 돈이 들지 않고, 선박금융도 국책은행 등의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 당장 큰 어려움은 없다. 캡티브(전속시장) 물량이 있으니 글로벌 해운 경기 변동과도 거리를 둘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선 한화그룹이 해운회사를 세우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당장 그룹 밖으로 해운사 설립 움직임이 드러나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무리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설립 의지가 있다면 자문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곳도 있다. 한화는 올해 HDS엔진을 인수하는 등 조선업 관련 가치사슬을 강화해 가는 모습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해상운송 물량을 남의 나라 배를 통해 소화해왔지만 이제는 그 일감을 우리 해운사, 우리 배로 하면 어떤가 하는 논의를 하는 것 같다”며 “한화그룹이 해운사를 세우고 필요한 선박을 대우조선에 발주하게 되면 글로벌 수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