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CEO 긴급 간담회ㆍ금융위는 압수수색 집행
증권사들도 잇따라 CFD 신규 취급 막아...결제 리스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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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인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차액결제거래(CFD) 매도 물량이 쏟아진 이른바 ‘CFD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흔들리던 증시가 다소 진정을 되찾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28일 오전 삼천리ㆍ다우데이터ㆍ서울가스ㆍ대성홀딩스 등 CFD 거래 관련주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하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증시 전체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지난 4일간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시황 보고서를 통해 "4월 초까지 내달렸던 증시가 2차전지 등 일부 섹터의 과열 해소, 주가조작 논란과 CFD 물량 청산 등의 이슈가 발생하며 조정세를 보였다"며 "지수는 주요 지지선까지 후퇴했고 CFD 청산 종목의 하한가도 끝났으니 반등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CFD 사태를 사실상 방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금융당국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자본시장감독국 실무진과 금융투자협회, 34개 증권사 경영자 및 임원이 참석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개인 신용공여나 CFD 차액 결제 리스크 등 리스크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도 주가조작 관련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금융위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전날인 27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법인의 사무실과 임직원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방경찰청과의 공조를 통해 관련자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휴대전화 200여대도 압수했다.
이번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 대규모 지분 매도를 통해 시세 차익을 확보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도 임박한 모양새다. 김 회장은 SG사태 발생 이틀 전인 지난 20일 블록딜(시간외매매)으로 최상위지배기업인 다우데이타의 지분 140만주(3.65%), 605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했을 거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는 이날 오전 "(매각 시점이) 공교로울 뿐 우연의 일치"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증권사들도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으로 꼽히는 CFD 상품 관련 신규 가입 및 매매를 중단했다. 기존 잔고에 대한 청산 매매만 가능한 상태다.
CFD 결제 리스크가 부각하며 타 증권사들도 속속 CFD 거래를 중단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교보증권을 비롯해 국내 10여개 증권사에서 해당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CFD 거래의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국내 증권사는 CFD 계약 청산시 백투백(back-to-back) 계약을 맺은 외국계 증권사에 해당 자금을 결제해줘야 한다. 이후 거래 당사자인 개인투자자에게 이를 청구하게 되는데, 이번 사태처럼 단기간에 급격히 주가가 하락해 개인이 이를 결제하지 못할 경우 국내 증권사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와 백투백 계약을 맺으며 리스크를 최대한 헤지(hedge;위험회피) 하지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인 개인투자자가 입금을 하지 않으면 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해당 부서에서 최대한 잔여 주식을 매도하며 예상 손실액을 추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