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연구소장에 김용화 부사장 신규 선임
배터리 등 핵심 M&A는 김흥수 GSO담당
정의선 회장式 '원포인트' 인사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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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변혁기에 놓여있다. 내연기관의 종식이 눈 앞에 다가옴에 따라 그룹의 중심축은 전동화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SDV)가 중심이 되는 그룹의 체질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그룹은 해외 신사업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배터리와 자율주행 등 현대차의 미래와 뗄 수 없는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 돌입한 지 3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그룹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의 면면도 바뀌고 있다.
올해 레벨3(LEVEL3)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일 계획인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선 자율주행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이제는 현대차그룹의 핵심으로 떠오른 포티투닷(42dot), 글로벌로 확장하면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 행태로 설립한 모셔널(Motional)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포티투닷 지분을 사들인 이후 최근 기아(KIA)와 1조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확정했고, 모셔널에 대한 출자도 검토중이다.
현재로선 포티투닷의 보유 기술이 상용화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자율주행 사업을 이끄는 송창현 사장은 그룹 내 핵심 인사로 부각했다. 송 사장은 ▲타스(TaaS; Transportation-as-a-Service) 본부장 ▲차량 소프트웨어(SW)담당 ▲로지스틱스&모빌리티 비즈 그룹장(Logistics&Mobility Biz Group) ▲SDV(Software Defined Vehicle) UX CFT장 등 핵심 보직을 겸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전사의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신설할 당시 정의선 회장은 외부 인사였던 송 대표를 영입해 사장 직함을 부여했다. 외부 겸직이 불가능한 현대차그룹의 특성을 비쳐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후 송 사장은 김걸 기획조정실장,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등과 비견할만한 핵심 인사로 급부상한다. 최근 송 사장은 그룹의 SDV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데, 현대차 임원들 가운데 누구보다 대외 활동이 활발하단 평가를 받는다.
물론 외부인사의 급부상에 따른 내부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 사장에겐 SDV 전환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과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의 총애를 받는 것과는 달리, 기존 임원들과 송 사장의 경영 또는 소통의 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내부에선 상당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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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이하 남양연구소)의 수장 교체를 발표했다. 남양연구소는 명실상부한 현대차의 연구개발(R&D)의 핵심으로 권문식 전 부회장,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mann) 전 사장 등 현대차의 간판 인사들이 본부장직을 거친 곳이다.
이번 원포인트 인사에선 R&D의 상징과도 같던 박정국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동시에 김용화 차량제어개발센터장 겸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부사장)이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박 고문이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선임된 지 불과 1년만이고 사내이사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둔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인사는 현대차의 SDV 전환 및 강한 쇄신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임 김용화 본부장은 자동차 제어개발 분야 전문가로 2015년 포드에서 현대차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드에 재직 당시 엔진제어 소프트웨어를 양산차에 적용하며 해당 분야에서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모틸리티 전략은 글로벌전략오피스(GSO)에서 총괄한다. 지난해 신설한 GSO의 수장은 김흥수 부사장으로, 현대차의 크고 작은 투자와 M&A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했는데 SK온과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흥수 부사장이 앞단에 섰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부문의 합작법인 설립 및 차량용 반도체 투자 등 현대차의 핵심 인프라와 관련한 투자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당 조직과 김흥수 부사장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질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GSO 조직을 신설한 이후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투자건들을 열심히 물색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투자가 신사업보단 핵심 기술 및 밸류체인 완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GSO의 역할이 더욱 부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선 회장 체제는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전권을 쥐었을 당시부터 최측근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하면서 인사를 통한 경영 전략 구사에 나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막론하고 그룹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점에서 수시로 임원진을 선임·교체하는 등 원포인트 인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