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에 뒷수습 나서지만 이미 레버리지 발 담근 상황
CFD 계좌 작년 정보 '깜깜이'…악용 사례 집중됐을 가능성도
13개社 잠재손실 최대 5000억…PBS 청산에 신용융자도 부담
수수료·이자 수익 제약 가능성…향후 실적 문제로 이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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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종목 하한가 사태로 금융당국이 차액결제거래(CFD)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그간 관련 서비스 확대에 주력한 증권사들도 수습에 나서고 있다. 무더기 하한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탓이지만 금융권에선 이제 와 CFD를 정지하고 수사해 봤자 큰 의미가 없을 거란 분위기가 짙다.
증권사 전반이 이미 CFD 외 신용융자까지 개인투자자 레버리지에 발을 담근 상황에서 시선은 잠재 손실 규모로 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 등 조치에 나설 경우 향후 수수료·이자 수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3일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무더기 하한가가 CFD를 이용한 특정 세력의 주가조작 문제로 부상하며 키움증권이 사안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다른 증권사도 대응에 분주하다.
지난 27일 삼성증권이 국내 및 해외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정지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증권사도 관련 서비스 규모를 중단 또는 축소하고 있다.
금융당국을 필두로 증권사 전반이 우왕좌왕하는 모양새지만 이 같은 조치가 당장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거란 시각이 많다.
투자업계에선 증권가아 개인 투자자에 제공하는 CFD 서비스 자체가 무더기 하한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가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요건을 완화하며 CFD 활용 목적의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맞다. 고액 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덕이다.
그러나 2021년 4월 CFD에 11% 수준 양도세가 부과되고 지난해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로 최소 증거금률을 40%로 끌어올리며 이 같은 매력은 상당부분 희석됐다는 평가다. 이후 증권가에서 현금 지급이나 수수료 인하 등 프로모션을 통해 CFD 서비스에 공을 들이긴 했지만 업황이 꺼지는 터에 수수료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양도세가 22%에 달하는 해외 주식 투자에선 CFD를 통한 세 부담 우회가 여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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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는 마땅한 가격 조정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CFD가 주가 조작을 위한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 와서 CFD의 신규 가입을 막거나 서비스를 중단해도 이미 위험한 수준으로 레버리지에 노출된 상황이란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CFD 문제가 아니라 작전 세력 내 배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실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진 건 개장 후 주가가 하락한 이후이기 때문"이라며 "CFD는 레버리지 수단 중 하나였고 이미 그렇게 가격을 올린 종목이 즐비한데 지금 와서 신규 거래를 중단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작년 정보가 깜깜이라 문제의 8개 종목 외에 CFD를 악용한 사례가 더 있을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2021년까지 CFD에 접근 가능한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은 2만4365건으로 늘었는데 지난해 불법적인 목적으로 등록한 사례가 집중됐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조명되는 H컨설팅업체와 같은 유사 투자자문업체를 차려서 1년 이내에 조건만 맞추면 직원 명의로 CFD 계좌를 확보하는 방법도 가능해 보인다"라며 "2019년 자격 요건 완화 이후 2021년까지 증가폭이 7배를 넘겼는데 증시 전반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규모를 고려하면 작년에 문제 될 법한 CFD 계좌 취득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데이터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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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에 이어 국내 증권사들이 떠안을 수도 있는 잠재 손실에 대한 우려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CFD 미수 채권으로만 최대 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증권사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CFD 고객과 해외 증권사(PBS)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주로 맡지만 미수금이 발생하면 1차적인 변제 책임을 져야 한다. PBS의 반대매매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증권사가 이를 갚아준 뒤 고객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개인 파산을 신청하고 정산을 포기한다면 국내 증권사의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다. 이미 CFD 계좌를 보유한 13개 증권사가 각각 수백억원 규모 미수 채권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금감원 조사가 시작된 키움증권의 경우 CFD 위탁점유율이 높아 잠재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이란 평이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CFD 잔고 기준 점유율 1위는 교보증권이지만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누적 금액이 많기 때문"이라며 "2020년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계좌를 늘린 키움증권이 점유율 3위 아래 증권사 잔고를 다 합한 것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입장에선 CFD 외 개인 일반투자자의 신용융자를 통한 레버리지도 잠재적인 손실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FD나 신용융자 모두 레버리지 수단인 만큼 반대매매가 맞물려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SG증권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진 건 1차적으로 장중 반대매매 기준치 이하로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증거금률에 따라 반대매매 기준은 달라지지만 하한가를 기록하면 통상 투자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PBS 측이 CFD 계좌를 보유한 계약 상대방의 변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판단할 경우 대거 청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자연히 이 기간 신용융자를 일으킨 거래도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에 맞닥뜨릴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CFD의 헤지를 담당한 PBS나 이를 중개하고 신용융자까지 지원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반대매매를 통해 손실을 회수해야 할 텐데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라며 "아케고스 사태는 청산이 비교적 늦었던 크레디트스위스가 대규모 손실을 입으며 일단락되었던 사례"라고 전했다.
예상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이자 키움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이 공동 추심에 나서기로 했다. 투자자 한 명이 여러 증권사에서 CFD 계좌를 개설한 경우가 많아 추심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불거질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추심 계획에도 불구하고 당장 충당금을 쌓아야 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이 CFD 제도 개선을 선언한 만큼 향후 관련 사업 수익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분위기다. CFD나 신용융자 서비스는 증권사 입장에선 수수료와 이자 수익처 중 하나였던 만큼 당장 손실 부담에서 그치지 않고 실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 다른 한 관계자는 "CFD 계좌를 제한하면서 해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정상적인 고객도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라며 "소수의 악용 사례로 관련 사업 전반이 제약을 맞닥뜨릴까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