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연봉에 이직처 찾기 어렵고 회계사 수요도 줄어
일정 수준 인력풀 관리 난항…신입 회계사 채용에 영향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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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이 회계사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니어 회계사 '억대연봉' 시대가 열리면서 인건비가 올라간 만큼 인력관리의 중요성은 올라갔다. 이런 와중에 이직을 통한 기존 회계사 인력의 '자연감소율'이 최근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신입회계사 채용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빅4 회계법인들의 퇴사율이 작년 하반기 이후 눈에 띨 정도로 급감했다. 통상 전체 인원의 10~20%가 이직 등의 사유로 퇴사를 해왔지만, 작년 하반기 이 숫자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퇴사율이 빅4 회계법인 중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진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퇴사율이 한자릿수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빅4 회계법인 파트너는 "빅4 회계법인 전체적으로 일거리가 줄어든 반면, 퇴사율은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력관리에 어려움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퇴사율이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회계사 연봉인상과 함께, 불황을 겪고 있는 벤처ㆍ스타트업의 회계사 수요 감소가 꼽힌다.
일단 5년차 회계사 이상 회계사들 연봉이 1억원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해당 연봉을 받고 이직할 곳이 한정이 되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투자은행, 사모펀드, 대기업 M&A 부서 등 제한적인 곳에서나 해당 연봉을 맞춰줄 수 있었는데, 이들이 채용에 이전처럼 적극적이지 않다. 금리인상 등으로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면서 스타트업 등에선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고, 덩달아 투자인력들도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영회계법인은 재무자문 분리 등의 이슈로 인력 이탈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해당 작업이 전면 무산되면서 이런 움직임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EY 회계법인 파트너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라며 "조직구조에서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빨리 회계사 퇴사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인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작년과는 반대의 고민을 하게 생겼다. 회계법인 자체적으로 일거리가 줄다보니 유휴 인력이 생길 정도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올해 신입회계사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해 300~400명을 채용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 회계사 채용을 이어오던 삼정KPMG를 비롯한 빅4 회계법인들은 이전처럼 회계사 채용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년의 절반 수준의 회계사 채용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디만 빅4 회계법인 중에서 일부는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그 폭을 30%수준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생은 매년 증가해 작년 1차 시험에만 1만3000여명이 응시하는 등 관심이 높은데 급격하게 채용규모를 줄이는데 따른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까진 신입회계사를 얼마나 더 많이 채용하느냐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인건비 관리를 잘했느냐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판국이다.
더불어 회계사 채용 수요가 줄면서 1차 합격자를 두배 늘리자는 논의도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정부에선 회계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회계사 1차 합격자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마다 신입회계사 채용규모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라며 "그나마 빅4 중에서 인건비 관리를 잘 한 곳들은 평판 관리를 위해서 채용 규모를 급격하게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