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도 리스크 커져…금융비용도 상승
해외수주 집중하는 와중에 국내 이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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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한동안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대형 건설사에서 연달아 악재 소식이 들리고 있다. 아직은 각 건설사의 개별 이슈에 그치지만, 지속되는 이슈로 대형 건설사 전반으로 어려움이 가중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년 9월 레고랜드 사태,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PF 차환 실패는 일시에 부동산금융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직접적으로 타격받은 곳은 중소형 건설사였다. 특히 지방 건설사일수록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폐업 위기가 현실화했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대형 건설사도 점차 직접적인 '리스크 영향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GS건설(5위)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차원의 조사 결과가 GS건설의 책임으로 드러나면 GS건설은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GS건설은 최근 대구 사업장의 대규모 미분양으로 조달 이슈가 있는데, 붕괴 사고 이후 평판 이슈도 함께 불거졌다. GS건설이 시공한 대구 '대명 자이 그랜드시티'는 총 1482세대를 분양했으나 접수율은 8.9%(132건)에 그쳤다. 당첨자가 모두 계약해도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GS건설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2위)은 '제2의 레고랜드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서울 가양동 CJ공장 부지를 4조원 규모로 개발하는 사업에 PF 지급보증을 섰다. 현대건설은 가양동 CJ공장부지 매입에 1조500억원의 신용보증을 비롯해 PF 브릿지론(1조3550억원) 보증을 섰다.
강서구청은 작년 심의를 거쳐 인가를 내줬으나, 지난 2월 '소방시설 관련해 유관 부서 사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건축협정 인가처분을 취소했다.
인가가 취소되면 현대건설은 그간 지급보증 섰던 조달금액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인가가 취소되지 않더라도 착공과 분양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PF 보증 위험이 커지게 된다. 현대건설의 전체 PF 우발채무는 2조원이다. 이중 미착공 사업장에서 발생한 우발채무가 70%를 차지한다.
현대건설은 "인가취소에 따라 조달금액에 대한 당사의 상환의무가 즉시 발생하는 건 아니다"며 "당사에서 미분양 위험성이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우발채무는 1000억원 미만에 불구하며 현대건설 유동성 규모(지난해 말 약 2조7000억원) 및 재무여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대응가능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원자재가·인건비 상승에 건설사와 조합 간의 갈등에 공사 중단 위기에 놓인 사업장도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1위)은 지난해 8월부터 원베일리 조합과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진행 중이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신경쓸 부분이 많아 부담될 거란 분석이다.
올해 주요 건설사 합산 해외수주 목표는 25조원 수준이다. 총 매출액 19조4000억원 대비 29% 높은 수치다. 계획대로 수주에 성공하면 건설사 플랜트 수주잔고 증가분은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상반기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규모고, 주력 안건들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며 "업체별로 수주목표를 50% 이상 달성할 경우 실적은 다운사이드보다 업사이드가 많아진다"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방·중소형 건설사에서 시작된 위기가 수도권·대형 건설사로 이어지는 만큼 건설업계의 위기는 이제 본격 시작했다고 판단한다"며 "2008년 리먼 사태 이후에도 건설사가 정부 대책에 연명했지만,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돈을 못 받고 이자가 쌓이니 결국 2010년에 부도가 급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