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쌓는 은행 부담 제한적…2금융권 잠재 부실 촉각
지원 장기화하며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400조…2배 ↑
2금융권 '깜깜이' 부실 드러날 전망…금융당국 고심 큰데
연착륙 비용 만만치 않을 텐데…은행지주 향할 거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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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원으로 가려진 '깜깜이 부실'이 조만간 드러날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금융 지원 조치의 총대를 멨던 은행부터 건전성 부담이 드러나는 가운데, 2금융권에서 드러날 잠재 부실 규모가 더 큰 걱정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원 종료 이후 연착륙을 위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섯 차례나 재연장을 거듭한 만큼 청구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결국은 주요 은행지주로 청구서가 날아들지 않겠느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제공한 금융지원 관련 대출 잔액은 36조6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원금 상환과 이자 납부를 유예해 준 1조8071억원에 대해선 올해 10월부터 회수가 재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9월 금융 지원 조치 종료를 앞두고 대출 만기는 3년간 재연장하되 원리금 상환은 1년만 유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을 미뤄준 대출은 만기가 연장된 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5대 은행을 비롯한 은행권 전반이 지난 연말부터 계속해서 충당금을 쌓고 있다. 은행권이 떠안은 원리금 상환 유예 대출 규모가 전체 대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라 충당금만 미리 쌓아둔다면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거란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금융 지원 종료 이후 2금융권에서 드러날 잠재 부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 지원 조치가 재연장을 거듭하는 동안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2금융권 대출이 대폭 불어났다"라며 "3년 이상 건전성 지표가 깜깜이었기 때문에 지원 종료와 함께 숨겨져 있던 부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비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401조3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 조치와 저금리가 겹치며 2금융권을 중심으로 능력 이상의 대출을 일으켰을 거란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들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최대 19.5%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올 들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연착륙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금융 지원 기간 2금융권에 전이된 잠재 부실 규모를 특정하기 힘든 터라 얼마나 성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거란 시각이 많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금융 지원 기간이 길어진 만큼 차주별 데이터가 많이 섞인 상황이라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 자산을 특정해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프로그램이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카드사태 당시 연체율 정보 왜곡이 대환대출 버블로 나타난 것처럼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2금융권 잠재 부실 규모에 따라 연착륙을 위한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다시금 재연장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쉽지 않을 거란 목소리가 더 높다. 연장 조치를 거듭할수록 나중에 치러야 할 비용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선거철 이전 경착륙에 따른 책임론을 피해야 하는 만큼 연착륙을 위한 비용 부담은 은행지주를 향할 거란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네 번의 재연장 결정 당시보다 금리가 높아졌고 지원 대상이 아닌 여신에서도 연체율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 또 재연장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선 정부가 올 들어 은행지주 측에 계속해서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비은행 계열사에서 발생한 부실 자산 등을 청산하거나 하는 식으로 비용을 치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