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산은 앵커투자 시작
큰 손으로 떠오른 캠코, 메자닌 투자 확대하는 우본
캐피탈, 증권사 PI도 재개…하반기 매칭 출자 기대감
8% 이상 수익률에 풋옵션까지…
높아진 눈높이에 운용사들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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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본격적인 펀드레이징 경쟁이 시작했다. 출자기관(LP)은 여전히 펀드 출자에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잔뜩 움추렸던 펀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완화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산업은행·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대표 출자기관이 위탁운용사 선전에 나섰는데 앵커 출자자의 움직임이 활발해 질수록 펀드 매칭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기관들의 출자 사업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한앤컴퍼니, 조단위 펀드레이징이 예상되는 VIG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중·대형 운용사들의 각축전, 펀드레이징 혹한기를 지나 비워진 곳간을 채우려는 중형사들의 치열한 경쟁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올해 첫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을 발표하고 제안서를 접수했다. IMM PE, VIG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맥쿼리자산운용을 비롯한 다수의 운용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자규모는 8000억원으로, 총 3곳을 선정해 1500~3500억원을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5000억원을 출자해 3곳(스톤브릿지, IMM인베스트먼트, SG PE)를 선정했는데 올 해는 이보다 3000억원을 증액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각 운용사들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이르면 내주 숏리스트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혁신산업펀드의 모펀드 운용사로 한국성장금융(2000억원) ▲성장지원펀드 모펀드 운용사로 신한자산운용(1000억원)을 선정했다. 지난 달엔 제 1차 혁신성장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발표, 오는 17일까지 각 운용사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한다. 위탁운용사는 총 10곳을 선정하는데 최종 펀드 결정 목표 규모는 2조3000억원이다. 혁신산업펀드는 혁신성장 공동기준 품목에 부합하는 기업에, 성장지원펀드는 후기 스케일업 단계 중소·벤처 기업에 투자한다. 유니슨, 맥쿼리자산운용, IMM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LB프라이빗에쿼티 등 중대형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기관출자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올해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구조혁신펀드'의 운용 권한을 넘겨 받은 캠코는 이달 초 ▲구조혁신펀드(2800억원) ▲PF 정상화 펀드(5000억원) 운용사 선정 계획을 밝혔다. 구조혁신펀드는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등 비교적 사업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이력을 보유한 운용사들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한 1~3차 사업에 참여를 검토한 운용사들, 또는 애초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라이선스로 시작한 PEF 운용사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캠코는 오는 23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해 내달 운용사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제안서가 몰릴 경우 최종 선정 기한은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8월 3000억원 규모의 PEF 출자사업을 추진한 우정사업본부는 메자닌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중이다. 총 1000억원을 출자해 2곳의 운용사를 선정하는데 크레딧펀드를 보유한 운용사들이 다소 앞설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앵커(메인) 출자자들의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일반 연기금, 공제회 등의 출자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또다른 앵커출자자 중 하나인 교직원공제회도 현금흐름을 고려해 출자 사업을 계획중이다.
이외에 지난해 출자사업에 나섰던 산재보험기금·노란우산공제회·농협중앙회·사학연금·과학기술인공제회·군인공제회·총회연금재단 등의 사업 추진 여부도 관심사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앵커출자자들의 내부 사정이 다소 완화하며 출자 사업이 늘어나면서 매칭 자금 투자를 위한 금융기관들의 사업도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선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아예 돈 줄을 막았던 캐피탈사들은 산은캐피탈, IBK캐피탈 등 금융지주회사 계열을 중심으로 펀드 출자 검토가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회사채 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하며 여전채 발행이 가능해진 곳들을 위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 평가다. 일부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로 자기자본(PI)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제외하고 기관투자가들의 프로젝트펀드 기조는 여전히 보수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영권을 수반한 M&A, 소수 지분 투자 모두 PEF 운용사들의 거래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단기간 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상장전투자유치(Pre-IPO)거래, 또는 IPO 불발을 대비한 7%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풋옵션 조건이 붙어 있는 거래 , 전략적투자자(SI)를 비롯해 엑시트 수단이 비교적 확실한 거래가 아니면 LP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주요 LP들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부문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체투자부문에서 만큼은 비교적 높은 수익률, 그리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LP들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원금손실 우려가 적은 M&A 거래에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몰린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A 대기 거래는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평가도 나온다. LP들 사이에서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서 출자 시장은 다시 해빙기를 맞을 채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와 같은 LP들의 뇌관이 아직 살아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