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그룹株도 고점 대비 -30%…"하락 지속될 듯"
'지주사' 에코프로도 잠재 트리거…카카오랑 마찬가지
'3조' 거론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일정 돌입
1분기 순익 54억…국내 2차전지 프리미엄이 유지될까
-
개인투자자 기대감을 등에 업고 설명 불가한 수준까지 치솟던 2차전지 소재기업 주가가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달 들어 상당한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고평가 국면이라는 평이 적지 않다.
이차전지 급등 국면에서 대장주 격이었던 에코프로그룹은 이런 상황에서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연초만 해도 4조~5조원까지 예상 기업 가치가 거론됐지만, 지금은 시장의 눈높이가 다소 낮아지고 있다. 9월 안팎으로 예상되는 공모 시점까지 지주사 에코프로는 물론 국내 이차전지 소재기업의 프리미엄이 유지될지가 관건이란 평이다.
17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일보다 1.31% 오른 23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구속 이후 계속된 하락폭 일부는 되돌렸지만 한 달 전 고점(31만5500원)에 비하면 26% 이상 하락했다.
모회사 에코프로 주가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전일 5.76%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3.09% 상승 마감했지만 고점 대비 30% 이상 주가가 빠졌다. 이차전지 관련주 중 가장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는 금양의 경우 이날도 4% 이상 급락 마감했다. 지난달 고점 대비 벌써 42%나 하락한 상태다.
증권가에선 올들어 국내 이차전지 소재기업 주가가 '10년 뒤 실적'을 선반영하는 등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는 시각이 많았던 만큼, 일정부분 과도한 기대감이 정상화하는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지난 4월 국내 2차전지 소재기업의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은 30배를 넘기며 중국 시장(약 17배)의 두 배에 근접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됐다는 얘기다. 높은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선반영이 과도한 상황에서 증권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지난 4월까지는 업계 실무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주가와 사업이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라며 "무더기 하한가 사태나 이동채 전 회장 구속 등 이슈가 찬물을 끼얹으며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지만 하락세가 완만하게 더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적정 주가 등 문제가 추가 하락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코프로는 지난 3년 동안 SK그룹이나 카카오그룹이 했던 것처럼 반복적인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장 자금을 흡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계열 지배력을 희석시킨 대가로 조달하는 방식인데 투자 업계에선 모회사 기업 가치에 부정적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자연히 본격적인 상장 일정에 돌입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도 시선이 모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에코프로그룹 내에서 전구체 제조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지난 4월 2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6월을 전후해 예심 결과가 나온다면 올 상반기 실적 감사가 끝나는 8월 전후 증권신고서를 준비해, 이르면 9월에서 10월 사이 공모 청약을 진행할 수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역시 그룹 타 계열사 못지않게 성장성이 숫자로 확연하게 드러난다. 작년 매출액은 약 6652억원으로 2021년(3428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에코프로그룹 계열사가 전방 수주를 거의 공유하는 터라 앞으로 수년 동안 증설 일정에 맞춰 실적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매출액은 2349억원으로 2년 전 연간 매출액의 70%에 달한다.
그러나 당장 이익 수준을 감안하면 공모 시점까지 국내 2차전지 상장사가 현 수준 주가 프리미엄을 유지해야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지적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약 155억,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54억원이다. 하반기 공모를 대비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가정하더라도 이전에 언급되던 3조~4조원 수준 기업 가치를 매기자면 PER 기준 수백 배의 멀티플(배수)을 적용해야 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성장세를 반영해 공모가격을 계산하더라도 결국 멀티플이 높은 비교 기업을 끌어들여야 할 텐데,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국내 상장사들 주가가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IPO 시장 트렌드도 상장 시점 밸류를 낮춰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비싸게 상장시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