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속 적자에 신용등급 강등 상황에서
임직원 대상 이메일…냉정한 평가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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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디스플레이 팀장급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정호영 사장은 23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회사는 일단 사외이사진이 주도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 내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겠다고 나섰는데 추후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여지도 남아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메일을 통해 "이번 일을 통해 최고경영책임자(CEO)로서 경영하는 과정에서 우리 구성원들의 업무와 애로사항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써왔는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진단과 개선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뤄져 왔는지 뼈아픈 성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에 와서 보니 당면한 경영 위기 극복에만 집중했던 것이 아닌 지 깊이 반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이 밝힌 회사가 당면한 경영 위기는 실제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방 수요 회복이 지연하면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지속하고 있는데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약 1조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달 들어 LG디스플레이의 유효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이에 과거에 발행한 회사채를 강제로 상환해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차입금 비중이 늘어나며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약 9조69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약 14조9600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부채 비율 또한 159%에서 248%로 치솟았다. 현금이 줄어들자 회사는 지난달 모회사 LG전자에서 1조원의 자금 수혈을 요청했다.
이 같은 경영 사정이 임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경영진으로부터 성과를 강요 받으면서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내몰리게 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호영 대표이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정 사장의 주요 경력 대부분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채워져 있다. 지난 2007년 LG전자 CFO(부사장), 2008년 LG디스플레이 CFO(부사장), 2014년 LG생활건강 CFO(부사장), 2016년 LG화학 CFO(사장)을 거친 이후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그룹 내 최고 '재무통'으로 불리는 인사이다.
지난 2019년 정 사장의 전임인 한상범 전 부회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재무통' 정호영 사장에게 내려진 특명은 실적 개선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가 '구조조정'이었는데 임원의 25%를 감축하고 임직원 희망퇴직 등이 진행됐다.
정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했다. 지난해 이사회에서 유임을 결정할 당시부터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혀왔다. LG그룹 내 재무통이 약진하는 상황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기술 부문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대거 승진한 것과는 대비하며 회자됐다. '기술과 현장'보다 '수치 및 보고서'에 의존한 CFO 출신 CEO의 경영 방식에서 비롯했다는 냉정한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는 실적 회복, 재무구조 개선 등에 앞서 조직 내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 사장은 "해당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도출한 결과에 대해 소통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