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승인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불안한 아시아나…대한항공은 '재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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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미국 법무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EC)의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 경쟁 당국의 부정적 시각에 사실상 올해도 기업결합 승인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아시아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 약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보면서 기업결합 결과에 따른 재무 악화 우려는 비교적 줄어든 분위기다.
최근 미국의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으로 미국 중복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을 우려해서다. 또한 합병으로 인해 반도체 등 주요 상품의 화물 운송 통제권이 한 회사에 너무 많이 몰리면 공급망 탄력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두 항공사는 모두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LA), 호놀룰루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이에 관해 대한항공 측은 “미국 법무부로부터 합병승인이 어렵다는 통보나, 소송을 검토 하겠다는 통보를 공식적으로 받은 바 전혀 없다”며 “특정 항공사가 신규 진입항공사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다시금 ‘빨간불’을 켰다. 지난 2월부터 양사의 기업결합 2단계 심층조사(in-depth analysis)를 진행하고 있는 EC는 최근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주요 4개국 노선에 동시 취항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한국 국적항공사에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슬롯·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양도할 것을 요구한 중간 심사보고서(SO; Statement of Objection)를 대한항공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C는 합병 후에 유럽 노선에 대해 대한항공과 충분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항공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현재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양사를 제외하고 해당 4개국을 동시에 취항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된 시정조치안을 특정 기간 안에 제출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종합적인 독과점 우려 해소안도 6월까지 EC에 제출해야 하는데, EC는 이를 토대로 최종 심의를 진행해 8월 3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계속해서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측에서는 투자자 및 시장 관계자들에 올해 내 합병이 완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8월로 예고된 EC의 발표에서도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분석이 있다. EC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에 따르면 합병 당사자가 경쟁 제한에 대한 개선안(Remedy)을 제출하면 시장 평가 등 3개월간 마켓 테스트를 시행한다. 그래도 경쟁 제한 개선이 되지 않으면 다시 개선안을 제출하고 마켓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8월 합병 승인을 내려면 이미 대한항공이 제출하는 개선안이 실현 가능하다고 받아들여져 마켓 테스트를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유럽보다 더 관측이 어렵다는 평이다. 사실상 법무부의 소송 가능성 이슈보다는 각 노선들에서 얼마나 양보할 수 있을까가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 측에서 합병 후 대한항공의 시애틀 노선 독점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고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 측이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들과 전방위 노력을 시도했지만 성과는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공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미국 정부를 움직일 힘은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게자는 “EC 승인이 쉽지 않은 분위기고 미국 법무부도 초반부터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이 명확함에도 불구, 시간만 지체 되는 모양새”라며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에 막대한 자금을 들이며 성사를 자신하고 있지만 시간이 끌리면서 아시아나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천문학적인 부채비율 등을 이유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다만 최근 대한항공 상황이 좋아지면서 아시아나 인수 후에도 재무부담 증가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객부문 회복, 화물사업 호조 등이 맞물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3.2% 늘어난 13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조83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초과한 수준이다. 아시아나를 포함해 저가항공사 등 힘든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한항공은 경쟁 약화의 반사이익(?)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는 평이다.
유상증자와 현금창출력 개선 등 자구안을 이어가며 재무부담도 크게 완화된 상태다. 화물부문 실적호조로 현금성 자산이 많이 쌓였고 당기순이익도 누적됐다. 2020~2021년 두차례의 대규모 유상증자(총 4조4000억원),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됐고 재무안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된 상태다. 2019년 말 연결기준 871.5%였던 부채비율은 2022년말 기준 212.1%로 올랐다. 실적 개선, 업황 회복, 자구안 효과가 가시화되며 신용평가사 3사에서 대한항공의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아졌고 회사채 발행에서도 초과수요를 연이어 달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최근엔 시장 조달도 잘 안할 정도로 곳간 사정이 좋아졌는데, 아시아나 딜이 정리가 안되니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시아나는 합병 후 거취(?)를 고려해 이미 산업은행에 모든 임원들의 사직서를 제출해 둔 만큼 내부 불안이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