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모자라니 주관사들은 빅딜 나눠먹기
"매물 가진 PEF 요구 조건 들어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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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수금융 금리가 큰폭으로 떨어졌다. M&A 거래의 씨가 마르며 인수금융 주관사의 먹거리가 사라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가져오는 일감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의 주도권은 PEF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연초 10% 안팎까지 치솟았던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 7% 전후로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대출 금리가 작년 말 5.56%에서 지난 3월 5.25%로 0.31%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시장에 '괜찮은' 딜이 사라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일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수금융 주관사는 큰 거래를 나눠가지는 모습이다. 올해 초 가장 큰 규모의 M&A로 꼽히는 일진머티리얼즈에 12곳의 주관사가 참여했다. 2분기에도 에어퍼스트 정도가 괜찮은 딜로 거론된다.
PEF가 돈을 빌리는 입장이지만 주도권은 넘어왔다. 딜 '가뭄'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나마 대부분 딜을 PEF가 가져오기 때문이다. 대주단도 '울며 겨자 먹기'로 PEF의 요구 조건을 맞추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대주단은 인수금융 금리가 높으면 재무약정 조건을 완화하는 식으로 대출 조건을 정한다. 가령 기한이익상실(EOD)이 쉽게 발동하지 않게 주식담보대출비중(LTV)·부채비율 등 커버넌트 조건을 차주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정한다. 반대로 인수금융 금리가 낮으면 조건을 강화한다.
최근 PEF들은 금리는 낮추면서도 커버넌트 조건 완화를 요구한다. PEF가 여러 증권사에 더 좋은 대출 조건을 가져오도록 경쟁시킨 후 각 증권사가 제시한 좋은 조건만 취사선택해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식이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자는 "PEF가 담보물인 기업 주식가치를 올리고 내부수익률(IRR)을 올리기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한다. 일부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해야 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조건을 다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며 "전방 M&A 시장이 풀리기 전까지 PEF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