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도 "실적 추정 어렵다" 난색 표해
재무제표 기준 제각각이고 자료 공개도 다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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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실적 혼란이 지속되며 실적을 추정ㆍ분석해야하는 증권사 리서치들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연구원들은 보험사가 제공하는 자료만으로는 실적 추정이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일단 감독회계기준 재무제표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이 가이드라인 마련에 들어가며 해당 숫자 역시 추후 변동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보험사 재무제표 신뢰도, 향후 실적 추정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에선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실적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평년보다 2~3주 늦어진 일정인데, IFRS17이 처음 적용되면서 실적발표 시기를 분기보고서 전후로 미뤘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며 실적과 재무 상태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도 보험계약의 미래 수익을 현재가치로 계산하는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이 도입되면서 각 보험사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연이어 공개되는 각 보험사의 재무제표를 보며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IFRS17의 대원칙인 각 보험사의 자율성 보장 때문에 재무제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각 사를 비교하기 난감한 것은 물론 지표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의적 가정을 통해 CSM을 부풀리고 이익을 과도하게 산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많이 지적하는 변수 중 하나는 '발생사고요소 조정'이다. 발생사고요소 조정이 플러스일 경우 주요 손익 지표인 예실차 항목에 포함하고, 아니면 제외하는 경향이 관찰된단 설명이다. 발생사고요소 조정이란 발생사고부채의 변동분을 의미하는데 발생사고부채란 보험급을 지급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보험금은 아직 지급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IFRS17이 적용된 재무제표가 처음 공개되다 보니 주요 손익 지표로 부상하고 있는 예실차에 대한 기준도 아직 통일이 안 됐다"라며 "발생사고요소 조정같은 비용 항목의 경우 플러스면 예실차에 넣고 마이너스면 제외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말했다.
재무제표도 감독회계(SAP)기준과 일반회계(GAAP)기준 중 하나만 주거나 연결과 별도 기준 중 하나만 제공한 탓에 증권업계에서 추가로 요청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8일 있었던 삼성생명 컨퍼런스콜(IR)에선 한 증권사 연구원이 질의에 앞서 감독기준 재무제표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 연구원들은 감독회계기준 재무제표를 주로 참고하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다고 뒤늦게 부랴부랴 준 보험사들도 있다. IFRS17 적용으로 인해 보험사뿐 아니라 보험사를 보는 증권사 연구원들도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당초 IFRS17이 적용된 실적 발표에 앞서 실적 전망을 내는데도 꺼렸던 증권업계에선 향후 실적 추정도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각 보험사에서 제공하지 않은 자료들도 많고 재무제표 항목 기준도 정리돼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에 마련할 계리적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서도 몇 달은 지나야 향후 실적을 내다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지금은 실적 추정이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