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에 따라 자산 가격 변화 손익에 영향 미치기 때문
손익 변화, 배당에 영향 준다는 점에서 주주들 민감
보험사와 주주간 건전성이냐 배당이냐 놓고 갈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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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험사 회계기준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부채시가 평가를 적용한 IFRS17뿐 아니라 금융자산에 대한 새로운 평가기준인 IFRS9이 함께 시작되면서 실적 변동성이 더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적 변동성은 곧 주주에겐 배당과도 연관된 문제다. 실제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도 주주들의 관심은 배당 정책에 집중됐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회계기준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상황에서, 배당을 두고 회사와 주주간 갈등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IFRS17 도입에 따른 재무상태 및 손익변동 효과와 관련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다. 보험사들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것과 관련, 시중의 오해를 풀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였다.
금감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1분기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형 수익증권 평가이익 증가가 6200억원, IFRS17에 따른 신계약비 상각기간 확대에 대한 비용감소 효과가 1조5900억원이었다. 이러한 제도 변경 효과를 제외할 경우 1분기 전체 보험사의 당기손익은 3조2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즉 회계적인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작년보다 순이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에 대한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9의 영향력도 확인됐다. 그간 보험업계에선 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효과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동시에 도입된 IFRS9에 효과에 대한 분석은 그닥 많지 않았다. 이미 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에는 수년전부터 IFRS9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FRS9은 전 금융권에 도입된 국제회계기준이지만, 보험사에 한해 IFRS17 도입에 맞춰 다른 업권에 비해 늦게 적용됐다”라며 ”IFRS17 대비 관심을 못 받았지만,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IFRS9의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을 한다. 이를 위해 채권, 주식 등에 투자를 하는데 이를 분류하는 방식을 다룬것이 IFRS9이다. 기존에는 해당 자산이 회계적으론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IFRS9 하에서는 매도를 주된 목적으로 해당 자산을 보유할 경우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감원이 2018년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IFRS9 도입 시 금융자산 중 당기손익자산에 미치는 자산의 비중이 보험사의 경우 도입 이전 3.6%에서 22.6%로 크게 늘어난다. 은행, 카드사 등 다른 업권에선 미미하게 늘어나는 정도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9 도입에 따른 보험사 실적에 따른 영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사 실적이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회계상 순이익이 늘어나며 배당에 목마른 주주들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주주환원이 주요 이슈가 된 상황에서, 주주 입장에선 순이익이 늘어난만큼 이에 따른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회사는 해당 순익의 상당부분이 회계상 발생한 순이익이란 점에서 무조건 배당에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즉 건전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회사와 당장의 주주이익 실현을 원하는 주주간에 갈등의 소지가 커진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1분기는 금리 변화에 따라 순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반대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라며 “손익 변동성이 매우 커진만큼 적절한 주주환원 수준을 설정하고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