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우수자산에 투자 목적
김동관 부회장 의사 결정 주효할 듯
에너지, 수소터빈, LNG, 태양광 등 투자처로 거론
와튼 출신 브레인의 활약…전태원 기조실장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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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미래의 먹거리를 '미국'에서 찾는 듯 보인다. 그룹 내 실질적인 구심축이 된 김동관 부회장의 커리어가 오롯이 담긴 미국 태양광 사업의 확장은 물론이고, 최근엔 미국 내 신설 투자 법인에 조 단위 증자를 실시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M&A 그리고 투자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투자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선 역시 미국 내 사정에 정통한 김동관 부회장의 측근 인사들이 주목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4일 미국 법인 한화퓨처프루프(Hanhwa Futureproof)에 한화 약 1조3114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3월 미국에 설립한 투자 법인으로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퓨처프루프의 약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각각 6557억원을 현금취득하면서 지분율은 동일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연결 기준 보유현금은 각각 2조원, 2조2200억원이다. 보유 현금을 대비 약 6500억원의 투자금이 결코 적지 않은 점을 비쳐볼 때 퓨처프루프를 통한 미국 내 투자 활동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한화오션(舊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재무부담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출자이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이번 유상증자의 자금은 미국 내 투자 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한화그룹 역시 “미국 내 우수 자산 및 회사 투자건 참여를 위한 목적”으로 이번 증자 자금의 용도를 밝혔다. 퓨처프루프는 태양광과 케미칼 사업의 중심인 한화솔루션, 우주·방산·항공 분야의 핵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성격이 다른 두 법인의 합작법인이기 때문에 첫 투자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실하게 투자처를 정해지진 않은 상태로 블라인드펀드와 같은 개념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향후 투자처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현재까진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관한 사업의 투자, 또는 최근 경영권 인수를 완료한 한화오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복수의 관계자들이 내놓은 전망을 종합하면 태양광, 수소 혼소 터빈, LNG, 재생에너지 분야 등이 주요 투자처로 거론된다. 투자주체는 다르지만 지난 30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나서 미국 재료공학 스타트업 '포지나노' (Forge Nano)에 5000만달러 (한화 약 660억원)의 C라운드 투자에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모두 김동관 부회장이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로 등재해 있다. 향후 투자과정에서 김 부회장의 의사 결정이 주효할 것이란 전망이 합리적이다.
‘퓨처프루프’의 투자는 김동관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전태원 ㈜한화의 전략부문 기획조정실장이 맡고 있다. 전 대표는 현재 기획조정실장직과 더불어 한화그룹의 미국 지주사 중 하나인 Hanwha Holdings (USA) Inc.(이하 ‘HHI’)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1977년생인 전 실장은 기업 전략기획에 특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산업은행에서 이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전 실장은 2012년부터 한화그룹에서 M&A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후 2016년 모건스탠리PE로 이직했는데 5년 후인 2019년 다시 한화그룹으로 복귀했다. 전 실장은 복귀 이후 한화그룹이 초기 투자자로 나섰던 수소 트럭 기업 니콜라의 투자를 주도하며 김동관 부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총 33.3%의 지분을 보유한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업체 'REC Silicon ASA'의 이사회에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전태원 대표는 김동관 부회장의 미국 전략의 핵심 참모로 꼽힌다"며 "투자처 물색을 비롯해 김 부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상당히 성실히 일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정세와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 등을 고려할 때 한화그룹이 미국행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오션의 사외이사로 미국 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손자,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조카인 조지 프레스콧 부시(George Prescott Bush)를 선임했다.
한화그룹이 미국행을 택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이 주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 역시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PEF와 IB, 컨설팅사 등 기업의 M&A를 다루는 미국 대학 출신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와튼스쿨(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출신 네트워크가 상당히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한화그룹은 와튼스쿨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진 기업 중 하나이다. 향후 미국 투자를 주도할 전태원 실장, 한화솔루션의 김병만 전략기획실 임원 모두 와튼스쿨 출신이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한 에드윈 퓰러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역시 와튼스쿨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엔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민석 전 부사장(現영원무역 사장), 한화그룹의 빅딜의 주역으로 꼽혔던 고(故) 민구 한화솔루션 큐에너지부문 대표가 와튼스쿨 출신이었다.
미국 출신 대학으로 확장하면 주요 보직에 상당히 많은 인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향후 한화그룹의 미국 진출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