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도자료 참고하며 자체적으로 감사하기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감사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면서 관련업계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음 타깃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금융사들은 대형로펌을 찾아가 자체적으로 예비 감사에 돌입한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감사에 대비해 대형로펌을 찾는 금융사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사 자체적으로 예비 감사를 실시해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없는지 찾고 이에 더해 '문제없다'는 대형로펌의 의견을 미리 구하려는 의도다. 금감원이 금융사의 편법·위법 사항을 발본색원하고자 감사를 확대한 것이 핵심 배경이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 감사의 타깃이 되는 금융사가 늘어나면서 금융기관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음 차례는 우리 기관일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내부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요구할 만한 자료를 정리해서 대형로펌에 자문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우선, 금감원이 이전 감사에서 요구했던 자료들 위주로 편법 또는 위법의 소지가 없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 법무부서 혹은 사업총괄부서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자체적으로 검증한 뒤 대형로펌에 최종 확인을 받는 방식이다.
물론 실제 실무진의 입장과 관리자 입장간 이해관계가 달라서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금감원 보도자료도 감사를 대비하는 주요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금감원에서 감사를 위해 파견 나온 담당자가 어느 부분을 들여다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감원의 최근 관심사 위주로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다.
앞선 로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사가 어떤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지는 미리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금감원은 앞서 사모 전환사채(CB) 합동대응반을 출범해 전수점검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처럼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이 주시하고 있는 이슈 등을 파악한다. 여기서부터 단서를 잡고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검토한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 내부에서 책임 소지를 미루며 갈등이 발생하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 다른 로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감사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사 회의에서 내부 갈등이 발생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회의에선 책임 소지를 가려야 할 이슈에 대해 임원 간 말싸움을 벌이다 결국 중단됐는데 이후 실무진에 경위서를 받아왔다. 이걸로 법률 의견을 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사는 금감원의 단순한 '정기 감사'를 앞두고서도 로펌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정기감사의 경우 자체 대응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법률적 자문을 구한 뒤 금감원에 회신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